말씀의향기
하느님께 드리는 것에 부족함이란 없습니다.
제가 있는 교하 본당은 지난 9월에 새로 신설 된 본당입니다. 제가 신설 본당으로 부임했다고 하니, 어떤 분들은‘비닐 하우스에서 미사를 하느냐’,‘ 가건물은있느냐’,‘ 성전을지어야할텐데 고생이 많겠다’등등의 걱정을 해주십니다.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들의 말씀은 우리 교구에서 신설 본당들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겠지요. 그런데 제가 지내는 본당은 멋진 성전이 있습니다. 성전에 에어컨도 난방기도 다 있습니다. 교리실도 있고, 크고 좋은 식당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신설 본당이라고 하지만 일반 다른 본당과 다를 바 없이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본당에서 지내고있습니다. 그래서‘, 고생이많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쑥스러워집니다.
저는 하느님으로부터 참 많은 축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른 신설 본당이랑 비교해보면, 성전을 지어야 하거나, 새롭게 신자들을 모아 구역이나 반을 꾸려야 하거나, 본당 활동 단체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들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처음에는 심적으로 불평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건물의 상태니, 위치니, 부채니 등등의 것들에 대해 불평도 불만도 내심 많았더랬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과 비교하면 저는 정말 행복한 본당 신부인데도 불구하고,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안락한 본당 상황과 제 스스로 편안함만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안에서 우리는 가난한 과부를 만납니다. 자신의 전 재산을 하느님께 봉헌한 여인 입니다. 이 여인이 가진 전 재산을 하느님께 드렸다고는 하지만, 가난했던 여인이기에 봉헌한 금액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결코 가난한 여인이 아니었습니다. 부자보다 더 부자였습니다. 부자이기에 내어놓을 수 있었습니다. 가진 것이 있기에 내어놓았던 것입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데 어찌 내어놓을 수 있을까요? 가진 것이 많다고 해도 내어놓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입니다.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넉넉한 사람이고, 부자입니다.
넉넉히 가진 사람은 불평하지 않습니다. 넉넉하기에 내어놓을 줄 압니다. 자신이 넉넉히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달라며 불평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늘 모자라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나누는데 인색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족하지만 내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부자입니다.
하느님께 드리는 것에 부족함이란 없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렙톤 두 닢을 봉헌한 그 여인이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께 가장 많은 것을 내어놓은 사람이라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부자일까? 가난한 사람일까? 내가 얼마나 넉넉하게 가지고 있는지 기억했으면 합니다.
8지구 교하 성당 주임 이재정 토마스 데 아퀴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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