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6.25전쟁60주년

참전명예수당 月9만원… "무료급식소 전전하다 굶기도 일쑤"

namsarang 2010. 6. 21. 23:34

[6·25 참전용사들의 오늘]

참전명예수당 月9만원… "무료급식소 전전하다 굶기도 일쑤"

[1] 가난과 냉대… 특수임무수행자, 5·18 구금·연행자까지

국가유공자 혜택받지만 '일반 참전유공자'는 홀대 "형편없는 대우… 껍데기만 유공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사는 참전유공자 홍모(81)씨는 평일 점심을 주로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노인복지센터에서 무료 급식으로 해결한다. 6·25전쟁 때 8촌 이내 친척 11명이 같은 날 군에 들어갔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홍씨 혼자뿐이다. 휴전 직전 파주 장단역 앞에서 철조망 설치작업을 하다 적 포탄에 왼쪽 무릎 파편상을 입었지만 상이(傷痍) 신청은 하지 않았다.

목숨은 건졌어도 그의 삶은 극빈(極貧)의 그늘진 구석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그의 한 달 총수입은 33만원쯤이다. 기초노령연금 14만4000원(부부), 6·25 참전명예수당 9만원, 자녀들이 가끔 주는 용돈 10만원 정도다. 홍씨는 "공과금 내고, 쌀 사고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며 "입이라도 하나 줄이기 위해 점심을 무료 급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낮기온이 영상 30도를 웃돌았던 지난 18일 6·25 전쟁 때 무공훈장 3개를 받은 이행옥(81)씨가 강남 일대를 걸어다니며 열쇠가게 광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오진규 인턴기자
가난에 찌든 참전용사들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자신을 우리 사회의 중하층이라고 생각했다. 보훈교육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생활수준이 '하층'이라고 답한 참전유공자는 절반이 넘는 53.4%에 달했다. '중하층'이라고 답한 33.6%를 합치면 전체 응답자의 87.0%가 경제 수준이 낮다고 대답한 것이다.

밥 한끼 때우려고 무료급식센터를 맴돌거나 아예 식사를 건너뛰는 참전용사들도 많다.

1951년 입대, 9사단에 있을 때 눈에 파편을 맞고도 전투를 계속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유래회(79)씨의 한 달 수입은 24만원이 전부다. 기초노령연금으로 9만원을 받고 훈장에 따른 수당으로 15만원(올해 기준)을 받는다.

하지만 훈장수당으로는 임대아파트 임대료(15만6000원)도 낼 수 없다. 여기에 관리비가 여름엔 10만원쯤, 겨울엔 15만원쯤 된다. 유씨는 "자식들이 한 달에 용돈 20만~30만원 줘서 겨우 살고 있다"며 "평소에 아침·저녁만 먹고 점심은 건너뛴다"고 말했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줄 서서 공짜 밥 먹는 건 못하겠다"고 했다.

서울의 한 복지센터에서 만난 박용우(77)씨는 "집이 있는 노원구의 복지센터에서도 밥을 주지만 창피해서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이곳에 와서 점심을 먹는다"고 말했다. 변은준(81)씨는 "나라가 돈 적게 줘서 배가 고프다"며 "종로의 무료급식기관엔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점심은 거른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 사는 전인호(78)씨는 10여년 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부인과 이혼했다.

전쟁 때 중공군 화염방사기에 두 다리에 화상을 입은 그는 지난 2005년부터 상이 7등급 보훈급여를 받기 시작했다. 전쟁 때 자신이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는 사실도 그때야 처음 알았다. 먼 친척의 집 단칸방에 얹혀사는 그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은 인근 복지관 등에서 해결한다"며 "전쟁에서 공을 세웠는데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지…"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은 정부에서 받는 돈은 삶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무공훈장 수훈자에겐 '무공영예수당'으로 월 15만원, 참전 사실만 인정되는 참전유공자에겐 '참전명예수당'으로 9만원을 준다. 특히 무공수훈자의 경우 훈장이 1개이든 5개이든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을 받으며, 태극이나 충무·화랑 등 등급에 따른 차등도 없다. 한 참전유공자는 "참전수당 9만원은 한마디로 '애들 사탕 값'"이라며 "이런 대우를 받는 우리의 처지가 너무 서글프다"고 했다.

"다른 국가유공자들은 혜택도 많이 받는데…" 상대적 박탈감 심각

지난 17일 만난 김모(81)씨는 "우린 '빽'도 없고 명예 때문에 할 말도 못해 지지리도 혜택을 못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옛날엔 불평·불만이 적었는데, 다른 유공자들이 돈 받고 혜택받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가 홀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도 했다.

실제 보훈제도를 분석한 결과 특히 '일반' 참전유공자들이 받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크게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파공작원 등 특수임무수행자의 경우 일시불로 평균 1억5600만원(임무 수행자의 경우)을 받은 뒤 교육과 취업, 의료 등에서는 국가유공자와 동일한 혜택을 받는다. 5·18 민주유공자도 일시 보상금과 함께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는다. 구금·연행만 됐어도 마찬가지다.

국가유공자가 되면 수업료·병원비가 면제되고, 자녀들은 3명까지 특별 고용된다. 또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자녀들이 취업 시험을 치를 때는 5~10%의 가산점도 받는다.

이에 비해 6·25 참전용사의 경우 '상이군경'과 '무공수훈자'는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지만 일반 참전유공자는 혜택이 별로 없다. 월 9만원의 수당과 보훈병원 진료비 60% 감면 정도다.

지난 2008년 국가유공자예우법 개정·시행으로 6·25 참전유공자도 국가유공자에 편입됐지만, 실제 혜택은 참전유공자예우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관계자는 "참전유공자는 껍데기만 국가유공자일 뿐"이라며 "돈은 좀 적어도 다른 혜택은 국가유공자 수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