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향기]
우리의 눈이 바라보아야 하는 곳은
광릉 성당 성준한 바르나바 신부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코헬렛의 저자가 외치는 이 말은 신앙인으로서 우리의 삶이 세상의 것을 지향하지 않고 천상의 것을 향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것들은 ‘사라져가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면서, 우리가 낡은 인간에서 새 인간으로 갈아입었음을 강조합니다. 이 교훈은 오늘 복음에서 만나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어리석은’ 부자에 대한 이야기는 역설의 진리를 보여줍니다. 오랫동안 갈망하고 소중히 여겨온 그의 재산이 죽음으로부터 생명을 지켜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를 어리석고 가난한 자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가 가난한 사람인 이유는, 재물에 대한 갈망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열지 못하는 마음의 빈궁함 때문이며, 그로써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유의 내용은 절망적 허무감을 느끼게 하는 죽음의 소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라는 선언을 통해 부자가 쌓아 온 모든 것이 허무하게 무너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계산에 철저하고, 지혜로우며, 선견지명이 있고, 인간적 능력으로 가득 차 보였던 부자가 실제로는 어리석은 자임이 드러납니다. 성경에서 ‘어리석다’라는 말은 ‘하느님을 모르는 체하고, 잘못된 근거에다 자신의 신뢰심을 두는 아둔한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됩니다. 즉 하느님을 거부한 후 스스로 자신의 ‘우상’을 만들어 가는 그런 사람을 말합니다.
이 비유를 통해 주님은 스스로를 능력 있고, 지혜롭고, 재산으로 삶을 보장받고 있다고 여기는 부자의 처지를 뒤집어 놓으십니다. 주님은 ‘어리석은 부자’의 삶을 통해 우리의 눈이 향해야 하는 곳을 바라보게 하십니다.
인생의 의미, 삶의 목적은 권력이나 재물을 소유하거나 쌓아두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수행하는데 있습니다. 그곳에 인간의 행복과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모든 세속적 욕망에서 죽기를 권고하십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옛 생활을 청산하여 낡은 인간을 벗어 버렸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입니다.
[삶의 향기]
어슬렁대며 길을 간다, 춤추고 노래하면서
맹주형 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부장)
제가 일하고 있는 곳에서 맡고 있는 소임이 교육이어서 자주 강의를 나갑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이야기하는 우화가 하나 있습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입니다.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데 자만한 토끼가 졸아 경주에서 지고 말지요.(여기까진 원래 우화 그대로입니다)
그날 밤 토끼의 집에 누군가 찾아와 문을 두드립니다. 토끼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토끼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들립니다. 발밑에는 달팽이가 있었고 달팽이는 말합니다. “토끼야! 너 나랑 한 판 붙자!” 기가 막힌 토끼는 달팽이를 발로 “뻥” 차버립니다.
그리고 1년 후 토끼는 다시 거북이와 경주를 합니다. 경주의 결과는...? 이번 경주에서도 그만 토끼는 자고 맙니다. 또다시 거북이의 승(勝)! 그날 밤 실의에 빠져 있는 토끼 집 문을 또 누군가 두드립니다. 짐작하고 계셨겠지만 달팽이입니다. 여기서 문제입니다. 달팽이가 토끼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답은 이렇습니다. 달팽이는
토끼에게 말합니다. “너... 지금 나 찼냐...?”
사실 저는 1년 동안 기어온 달팽이 이야기를 통해 ‘느림’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토끼와 같은 ‘빠름’과 ‘속도’만이 최고의 선(善)이자 최상의 가치입니다. 기차도 빨라야 하고 핸드폰도, 노트북도 모두 빨라야 합니다.
“바쁘지 않다”는 말은 곧 ‘능력 없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고백일 뿐입니다. 하여 모두가, 모든 것이 바쁘고 빨라야 합니다. 하지만 생태와 창조의 이야기는 느리고 느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무분별한 빠름에서 ‘죄’가 생겨납니다. 전쟁이 일어나고 생명의 강(江)이 파괴되고 쓰레기가 생겨나고 경쟁이 일어납니다. 그 가운데 소비와 자본의 가치에 빠져 어느덧 ‘마음’을 잃어갑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제가 좋아하는 글 하나 있습니다. “어슬렁대며 길을 간다. 춤추고 노래하면서......” 자, 이제 어슬렁대며 춤추고 노래하며 느릿느릿한 창조와 생태의 길을 떠날 준비가 되셨나요?
[윤종식 신부님의 신앙돋보기]
제의 (Casula) - 예수님의 멍에와 애덕의 상징
제의는 미사를 집전하는 성직자가 장백의 위에 입는 반추원형의 옷으로 고대로마인들의 옷인 패눌라가 그 원형이다. 제의는 예수님의 멍에와 애덕을 표시하며 처음에는 ‘사랑의 옷’이라 했고, 9세기에는 ‘온유하고 가벼운 그리스도의 멍에’라고 했으며, 12세기에는 ‘순결의 옷’이라 불렀다. 초기교회에서는 백색 한 가지만을 썼다가 인노첸시오 3세 교황(1198-1216)때 교회는 다섯 가지 색(녹색, 적색, 백색, 보라색, 금색)을 전례색으로 결정하였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재정비하였다.
[이 주간의 말씀과 생활]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
(루카 12,15)
<빈손>
몇 해 전에 아랍의 억만장자이면서도 생전에 단 한 푼의 적선을 해본 일이 없는 부호가 유서를 남겼습니다.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고 알몸으로 넓은 사막에 묻고
밖으로 두 손만 내 보이도록 하라. 이 유서는 장례식 날 무덤 앞에서 뜯어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 기이한 소문은 삽시간에 전 아랍에 퍼졌습니다. 장례식 현장
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왔습니다. 그 인색하고 돈 많은 부자의 마지막 가는 길을 흥미롭게 주시하면서 그 유서의 내용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유서를 뜯어보니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람은 본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영원한 내 것은 없습니다. 나는 이 많은 재산을 모으기까지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단 한 푼의 돈을 가지고 갈 수
가 없군요. 남으로부터 얻어진 것은 그들에게 되돌아가야 합니다. 내 전 재산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한 푼도 남기지 말고 나누어 주되 내가
죽은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시행해주십시오.’
<생활 실천>
◆ 당신은 누구를 위해 재산을 모으고 있습니까? 자기 자신입니까, 하느님입니까?
◆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하느님을 멀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합시다.
[함께하는 세상]
에너지 절약 습관은 시대적 요구입니다.
유난히 더위가 기승입니다. 올해처럼 기후 변화를 실감하는 때가 또 있었는지요.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늘어나고 있다는건데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실천을 할 때입니다. 에어컨을 사용해야 한다면 설정온도를 2도만 높여주세요. 세탁기 빨래는 모아서, 요리할 때 가스불은 중불에서, 선풍기는 미풍으로, 안 쓰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는 빼어두고, 컴퓨터 모니터도 반드시 꺼 두시구요. 냉장고는 70%만 채우고, 화장실 변기물탱크에 벽돌 한 장 넣어두고, 전구를 절전형으로 바꿔주세요.
에너지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필수의무입니다.
[생활의 비타민]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합니다.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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