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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北외상 면전에서 ‘연평도 만행’ 질책했다

namsarang 2010. 12. 16. 23:37

[동아일보 사설]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러시아는 외상 면전에서 ‘연평도 만행’ 질책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13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의 회담이 끝나자마자 “인명피해를 초래한 남한 영토에 대한 포격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언론발표문을 냈다. 사실상 박 외상 면전에서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질책한 셈이다. 불만이 있더라도 모호한 수사()로 포장하는 외교 관례를 고려하면 러시아의 대응은 매우 이례적이다.

러-북 외교장관 회담 다음 날인 14일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연평도 사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에 도착했다. 러시아는 남북한 고위 외교당국자가 연이어 모스크바를 방문한 민감한 시점에 북한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러시아가 그만큼 연평도 포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때는 한국에 조사단까지 파견했으면서도 끝까지 북한을 비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움직임은 중국과 대조적이다. 11월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은 연평도 도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사이에 북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을 저질렀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할 정도로 대담해졌다.

외교는 국익 실현을 위한 수단이다. 중국도 러시아도 남북한 대결구도 속에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의 북한 비난에도 그런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어제 시작된 중국과 미국의 고위급 대화는 중국이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5일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중국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책무를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국제평화와 안전을 해쳤다. 북한의 도발에 눈을 감는 중국의 행보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이 이대로 가다가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방해한 유일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