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양
- 박주택 -
안내견 앞서가네, 눈을 끔벅 거리며
약국 앞 지나네 먼 길을 걸어온 듯 혀를 길게 빼물고
사람들이 비켜주는 길을 따라 토요일 속으로 걸어오네
벚꽃 피는 봄날이었네 마음이 도굴되는 봄날이었네
바람은 사랑에게서 불어오는 것이라고 아름다운 눈에서
불어오는 것이라고 꽃가지는 흔들고 모오든 노래들이 펄럭일 때
바람들 고요에 들어 고요의 상속을 기다리네
이렇게 흰 꽃잎 들여다보는데 마음은 피고 물은 흐르는데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는 봄날
바야흐로 빛을 배워 눈 열리는 봄날
놓친 것들이 돌아오는 길목
안내견 한 마리 눈을 끔벅거리며 성자처럼
흰옷을 펄럭거리며 꽃잎 속을 걸어오시네
사람들 다친 마음을 어루만지며
횡단보도 걸어오시네
박주택 :
195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으며,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꿈의 이동건축』 『방랑은 얼마나 아픈 휴식인가』 『시간의 동공』 등이 있음.
현대시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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