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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유도선수 송대남의 완벽한 헤피엔딩

namsarang 2012. 8. 2. 15:53

 

 

'노장' 유도선수 송대남의 완벽한 헤피엔딩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34세 노장 유도 선수 송대남의 아름다운 도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송대남은 1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90kg급에 출전해 결승까지 진출하는 기대 이상의 선전 끝에 귀중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유도는 지난 7월 31일 -81kg급의 김재범에 이어 이틀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유도 강국의 명성을 잇고 있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전기영·조민선) 이후 18년 만이다.



지난 1일 송대남은 남자 유도 -90kg급 8강 경기서 일본의 니시야마 마사시(흰색 도복)를 만나 엎어치기로 유효와 절반을 얻어내 승리를 거뒀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은퇴 결심했던 노장 유도가, 올림픽 꿈 위해 체급 전향

송대남은 2000년대 중반 한국 유도 -81kg급의 일인자였지만 세계 정상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권영우,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김재범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특히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온 후배 김재범에게 역전패를 당해 베이징행 티켓을 놓친 것은 뼈아팠던 기억. 한참 어린 후배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 때 송대남은 선수 생활의 가장 큰 목표인 올림픽에 참가조차 하지 못한 채 30대를 맞았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전성기를 맞은 김재범은 승승장구했고, 송대남은 김재범에게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계 선수권대회나 아시안게임 같은 굵직한 국제대회의 선발전에서는 늘 후배 김재범의 벽을 넘지 못했다.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송대남은 심각하게 은퇴를 고려했지만,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꿈을 위해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상대적으로 위협적인 상대가 적은 -90kg급으로의 체급 변경이었다.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가 올림픽 티켓을 놓친 최민호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유도 선수에게 체급 변경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기술이 자신이 있다고 해도 체중이 늘어난 만큼 근력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송대남은 -90kg급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식사량과 그 이상의 운동량을 소화하며 근력을 키웠고, 끝내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20년 넘게 유도인으로 살았던 34세의 노장 송대남은 런던을 자신의 은퇴 무대로 삼았다.

30대 올림픽 도전? 의지만 있다면 결코 늦은 나이 아니다

1979년생 송대남은 유도 -90kg급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도 영국의 윈스턴 고든(1976년생)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 특히 32강에서 만난 우루과이의 후안 로메로는 9살이나 차이나는 막내 동생뻘 선수였다(송대남은 큰 형에게 대드는 로메로를 '한판'으로 교육시켰다).

송대남은 8강에서 일본의 니시야마 마사시를 만나 엎어치기로 유효와 절반을 얻어내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반 절반을 내줘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유효로 인한 리드를 노련하게 지켜내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는 브라질의 티아구 카밀루(세계 랭킹 8위). 송대남은 경기 시작 30초 만에 기습적인 엎어치기로 절반을 따내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송대남은 앞서 가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공격으로 상대에게 지도를 2개나 얻어내며 여유 있게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준결승에서 엄청난 탄력을 앞세워 러시아의 크릴 데니소프를 빗당겨치기 한판으로 제압한 쿠바의 애쉴리 곤잘레스(세계 랭킹 7위). 송대남은 경기 초반 주특기인 엎어치기를 시도하며 공격 기회를 노렸고 상대의 지도를 얻어내며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던 두 선수는 정규시간 5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송대남은 골든 스코어로 벌어진 연장에서 11초 만에 기습적인 안뒤축 감아치기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이로써 송대남은 유도 선수단에 2개째, 한국 선수단에 5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양궁의 임동현 선수는 고교 시절 처음 올림픽 무대를 밟아 어느덧 세 번째 올림픽을 맞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다. 핸드볼의 윤경신 선수는 지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부터 올림픽에 참가해 이번 런던 올림픽이 벌써 그의 다섯번 째 올림픽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운동 선수 중에는 임동현이나 윤경신 같은 선수들보다는 올림픽 무대를 밟아 보는 것이 일생의 목표이면서도 이를 이루지 못한 선수가 훨씬 많다. 그런 선수들에게 송대남의 투혼과 메달 획득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점 하나로도 송대남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은 충분히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