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복음] 저희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연중 제28주일 (루카 17,11-19) 나병(한센병) 환자들이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큰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열 명이 간절하게 소리를 질러댔으니 귀가 따가울 정도였을 것입니다. 저 같으면 우선 급한 김에 나병을 고쳐 달라고 매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들은 예수님께 하느님의 자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에서 나병은 죽을병이 아닙니다. 세상에 새로 생긴 많은 병으로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고 불안해하고 죽어갑니다. 몸으로 드러나는 큰 병도 있지만, 정신적인 병도 많이 생겼고 영적인 병도 많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들어보지 못한 우울증으로 많은 사람이 죽어갑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것을 자신들도 모르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적은 사람, 권력을 쥔 이들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 많이 배웠다는 사람들이나 못 배웠다는 이들 모두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겉으로는 부유해 보이지만,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매우 가난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한국 교육열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한때 자주 부러워했습니다. 고학력 사회입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절망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 결혼할 꿈도 못 꿉니다. 한국 사회는 병들어 있습니다. 어디를 바라봐도 희망을 찾기 힘듭니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우리 귀에 익숙해졌습니다. 그 나병 환자와 같은 사람들이 오늘 우리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진심으로 외쳐야 할 차례입니다. “예수님, 스승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자비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올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온 세상의 신자들이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로 말미암아 모두 치유됩니다. 그 자비는 사람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립니다. 그들은 당장 고쳐 주시지 않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예수님께 뭔가 잔뜩 기대했을 텐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피부 상처도 보시고 그들이 고되게 살아온 인생 여정도 살펴보셨을 것입니다. 사람들로부터 멸시받고 무시당해 온 삶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가서 사제들에게 너희 몸을 보여라.” 좀 엉뚱하지 않습니까?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은 순순히 떠납니다.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서일까요? 그렇게 떠난 그들은 길에서 자신들이 치유됐음을 알아봤습니다. 우리도 이미 치유되고, 바라는 것이 이뤄졌는데도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속 불만을 품고 살아갑니다. 기쁨도 살아가는 재미도 없고 보람을 느끼지도 못하고 불만에 가득 차서 살아가곤 합니다. 그 열 명 가운데 유일한 이방인 사마리아 사람은 기뻐하면서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며 돌아와 예수님께 깊이 감사드렸습니다. 이렇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러 온 그 사마리아 사람에게 예수님께서 선언하셨습니다.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바로 이것이 믿음입니다. 예수님께 ‘하느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장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신뢰하고 말씀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 안에서 생명으로 치유해주시는 하느님의 업적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을 찬양하면서 주님께 엎드려 감사드리러 오는 것입니다. 특히 감사 기도인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바로 이 신앙의 가르침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 안에서 드러나는 참된 하느님의 자비를 입고 치유돼 참 생명을 되찾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께 감사하고, 함께 고생한 사람들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야 할 때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은 살아 있는 사람들한테서 빛납니다. 숨만 쉰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혼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일어나 가거라.” 곧 예수님의 부활에 참여해 영원히 살아 있도록 우리의 신앙은 초대받고 있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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