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결합으로 부부의 연을 맺는 혼인은 가정이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게 합니다. 이 가정 안에서 부부 사랑과 친교가 강화되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 이뤄집니다. 따라서 가정은 단지 부부 두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 부부와 자녀가 함께 가꾸어가는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나의 혼인 잔치에 참석하시고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기적으로 혼인을 축복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혼인을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유효한 표징으로 여겨 성사로 거행합니다. ◇혼인성사의 집전자와 주례자 다른 성사들은 모두 성사의 집전자와 주례자가 같습니다. 그러나 혼인성사만은 집전자와 주례자가 다릅니다. 우선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혼인하는 당사자들입니다. 혼인성사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신랑 신부가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혼인 계약을 맺는 데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아내로 맞아…" 또 "나는 당신을 남편으로 맞아…" 하고 서로 합의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로 합의했다는 표시로 반지를 교환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자유로운 합의'에 대해 좀 더 생각할 게 있습니다. 자유로운 합의란 첫째, 신랑 신부의 혼인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강요받지 않고 전적으로 그들 자신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른 것임을 의미합니다. 둘째, 그 혼인이 자연법이나 교회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사자들 자유 의사에 따라 혼인 합의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교회법이나 자연법에 저촉되면 혼인 조당에 걸리게 됩니다. 신랑과 신부가 함께 교회 앞에서 자유롭게 자신들의 합의를 표명할 때 그들은 각자가 그리스도 은총의 집전자가 돼 서로에게 혼인성사를 주는 것입니다. 혼인성사의 주례자는 교회의 이름으로 두 사람의 합의를 받아들이고 교회의 축복을 베풉니다. 혼인성사 예식은 사제 또는 부제가 주례합니다. 이렇게 성직자가 두 사람의 혼인성사 예식을 주례하는 것은 혼인이 두 사람만의 행위가 아니라 교회적 행위라는 것을 드러내지요. 또 혼인 예식에는 반드시 신랑과 신부 측에서 각각 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역시 혼인이 교회의 행위임을 드러내는 표시입니다. ◇혼인성사 준비와 거행 두 사람의 혼인이 성사가 되기 위해서는 혼인할 두 사람이 모두 세례를 받은 신자여야 합니다. 세례를 받은 신자만이 혼인성사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혼인성사를 통해 그 성사의 은총을 제대로 받으려면 혼인할 두 사람은 고해성사를 통해 합당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그 이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혼인의 특성, 부부 사랑, 가정의 의미, 자녀 출산과 양육 등에 관해 알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한 도움을 주고자 각 교구에서는 혼인 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강좌에 참여해 그리스도교적 혼인과 가정의 중요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혼인성사는 미사 중에 거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데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미사 곧 성체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당신 자신을 구원의 희생 제물로 기꺼이 바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새깁니다. 그리고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지요. 신랑 신부는 미사 성제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본받아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줄 것을 다짐하고 또한 성체를 모심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가 한 몸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혼인 예식은 주례자(사제나 부제)가 신랑 신부에게 두 사람의 혼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것인지, 또 자녀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교회의 가르침을 따를 것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 신랑과 신부는 혼인 합의를 표명하고, 이를 확인하는 증표로 반지를 교환합니다. 그러면 주례자는 교회 이름으로 새 부부를 축복합니다. 혼인 예식 때의 이 '합의'는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룸으로써 완결됩니다. ◇혼인성사의 효과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는 서로에 대해 영구적이고 독점적인 유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혼인 유대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기 전까지는 결코 해소될 수 없습니다. 나아가 혼인성사를 통해 얻는 은총은 부부 사랑을 완전하게 하고 부부 일치를 강화해줍니다. 이 은총을 통해 신자 부부는 부부 생활과 자녀 출산 및 교육을 통해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서로 도와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조당'에 관한 85호(2008년 3월 23일자, 962호)부터 90호(2008년 4월 27일자, 967호)에서도 혼인과 관련한 내용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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