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지요. 교부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교부(敎父, Father of the Church)란 글자 그대로는 '교회의 아버지', 다시 말하자면 교회의 영적 아버지를 뜻합니다. 그러면 개별교회 곧 교구에서 영적 아버지는 누구일까요. 교구의 최고목자인 주교가 영적 아버지이지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들을 보면 각 문헌의 첫머리와 마지막에 '거룩한 공의회의 교부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공의회에 참석한 주교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특히 교회사에서 교부는 단순히 주교를 칭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어떤 이를 교부라고 하는지 「한국가톨릭대사전」을 중심으로 좀 더 알아봅니다.
신약성경을 보면 사도 바오로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을 그리스도 안에서 이끌어 주는 인도자가 수없이 많다 하여도 아버지는 많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내가 복음을 통하여 여러분의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러분에게 권고합니다.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4,15-16).
사도 바오로는 자신을 그리스도 안에서 신자들의 영적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가 출범한 이후 초기 교회에서는 사도 바오로처럼 신자들의 영적 스승이요 아버지 역할을 하는 교회 지도자들을 교부라고 불렀습니다. 일차적으로 사도들의 후계자들인 주교들을 교부라고 불렀지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주교가 아니더라도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신앙을 해설하고 이단에 맞서 정통교리를 수호함으로써 교회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을 교부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교부의 자격 요건
이런 전통이 이어지면서 교회에서는 교부의 자격 조건과 관련해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게 됩니다. 이에 따르면 교부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네 가지 기준을 채워야 합니다.
첫째는 고대성을 지녀야 합니다. 곧 오래 전의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성 토마스 데 아퀴노는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신학자에 속하지만 '교회학자'라고 부르지 '교부'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13세기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언제까지 살았던 인물에 대해 교부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요. 교부들이 살았던 시대를 교부 시대라고 부르는데, 학자들에 따라서 또 지역 교회에 따라 시대 기준이 다릅니다. 하지만 가톨릭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제4대 교황인 클레멘스 1세(재위 88~97)부터 교부라고 부릅니다. 또 8세기 인물인 다마스쿠스의 성 요한(650?~754?)을 마지막 교부로 봅니다. 그렇다면 1세기 말 곧 사도 시대 이후부터 7~8세기까지를 교부 시대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둘째 기준은 정통 교리입니다. 그 가르침이 정통 교리에 부합해야만 교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기준은 그 사람의 가르침이 실제 생활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과 생활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단에 빠지거나 고결하지 못한 삶으로 추문을 불러일으켰다면 교부로 불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기준은 교회의 승인입니다. 예를 들면 공의회나 교황이 그 사람을 교부로 선포했거나, 그 사람의 저작이 교회 문헌 등에 직접 인용됐다면 교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런 기준에 따라서 초세기부터 8세기 사이에는 많은 교부들이 활동을 합니다. 로마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 교회에서는 밀라노 대주교를 지낸 암브로시오(339~397)와 히포의 주교를 지낸 아우구스티노(354~430),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예로니모(347~419), 그레고리오 대교황(540?~604) 네 분이 특히 유명합니다. 또 알렉산드리아와 시리아, 콘스탄티노플 등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 교회에서는 대 바실리오(329~379)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오(329?~390?) 요한 크리소스토모(344/354?~407)와 알렉산드리아의 아타나시오(295?~373) 같은 성인들이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각각 서방교회와 동방교회의 4대 교부 또는 이들을 모두 합쳐서 8대 교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알아둡시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 계시의 두 원천으로 성경과 성전(聖傳)을 꼽고 있습니다.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정통 신앙을 해설하고 수호하며 후대에 계승해 줌으로써 교회에 풍요로움을 더해 준 이들이 바로 교부들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부들의 가르침을 중요하게 여겨 "거룩한 교부들은 이 성전(聖傳)이 살아 있음을 증언하고, 믿고 기도하는 교회의 관습과 생활 안으로 이 성전의 풍요로움이 흘러 들어온다고 가르친다"고 밝힙니다(계시헌장 8항).
교부들의 가르침, 그들의 신앙과 사상은 따라서 교회에 대단히 중요한 영적 자산이자 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교부들의 가르침을 연구하는 학문을 '교부학'이라고 부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