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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기도 풀이(상)

namsarang 2009. 7. 25. 19:40

82-기도 (5)

주님의 기도 풀이(상)


이번호부터는 '복음 전체의 요약'이라고 불리는 기도이자 그리스도교의 기본이 되는 기도인 주님의 기도에 대해 「가톨릭교회교리서」를 중심으로 두 번에 걸쳐 알아봅니다.
 
 복음서에는 주님의 기도에 관해 두 가지가 전해져 옵니다. 루카가 전하는 주님의 기도(루카 11,2-4)와 마태오가 전하는 주님의 기도(마태 6,9-13)입니다. 루카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기도는 다섯 가지 청원으로 이뤄진 짧은 기도이고,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기도는 일곱 가지 청원으로 이뤄진 긴 주님의 기도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태오복음의 긴 기도문을 기본 기도문으로 채택해 전례를 비롯해 각종 예식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도를 '주님의 기도'라고 부르는 것은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이자 주님이신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라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기도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하셨고 또 친히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지만 직접 가르쳐주신 기도는 이 주님의 기도가 유일합니다.
 
 ◇가장 완전한 기도
 대 신학자인 성 토마스 데 아퀴노는 주님의 기도를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불렀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첫째, 우리가 올바르게 바랄 수 있는 것을 모두 청할 뿐 아니라 둘째, 우리가 마땅히 청해야 할 순서대로 청하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기도는 "청해야 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줄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정서까지도 형성시켜 준다"고 성 토마스는 말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역시 주님의 기도가 모든 청원 기도의 핵심임을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성경에 실려 있는 모든 청원을 살펴보십시오. 나는 여러분이 그 안에서 주님의 기도에 포함돼 있지 않거나 연유하지 않는 어떤 것을 발견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의 오랜 전통에 따라 전례기도 안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는 또한 교회의 기도입니다. 실제로 주님의 기도는 교회가 바치는 공적 기도인 「성무일도」의 기본 요소입니다. 또 그리스도인 생활의 원천이요 정점인 전례, 특히 성찬례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칩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성찬례에서 "감사기도와 영성체 사이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한편으로는 성령청원기도에 담겨 있는 청원과 전구를 요약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영성체로 미리 맛보게 될 천국 잔칫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2270항).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주님의 기도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 일곱 가지 청원으로 이뤄져 있지요. 우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고백합니다. 아버지는 단순한 호칭이 아닙니다. '아버지'라고 고백할 때는 그분이 나의 뿌리, 나의 기원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죄스러운 인간이 감히 가까이할 수 없는 지극히 거룩하신 분, 거룩함 자체이신 분이시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외아들로서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버지!"라는 고백에는 자녀다운 신뢰심과 함께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아주신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 흠숭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나아가 주님의 기도는 아버지를 '우리 아버지'로 고백합니다. 이것은 '너희 아버지'와 구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의 한 자녀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라는 고백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갈라진 그리스도인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는 염원과 호소가 들어 있습니다. 이 고백에는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도 하느님을 아버지로 받아들여 우리와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습니다. 또 우리 자신이 아버지의 한 자녀로서 분열과 대립을 극복하고 일치와 친교를 이루겠다는 다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십니다. 하늘이란 특정한 공간 또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존재 양식'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늘이라고 해서 저 멀리에 계시는 분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위엄을 가리킵니다. 아버지이신 하느님은 지극히 거룩하시며 모든 것을 초월해 계십니다. 이를 가리키는 표현이 '하늘'인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주님의 기도는 이처럼, 사랑하시는 아버지로서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는 그러나 지극히 거룩하시며 모든 것을 초월해 계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와 흠숭의 정을 고백하며 자녀다운 신뢰심으로 겸손하게 청원하는 기도입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