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 발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궁금합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몇 달 전 이른바 '나주 성모님'과 관련된 내용이 방송되면서 충격을 받은 신자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관할 광주대교구의 거듭된 공지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주를 다녔던 신자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오히려 방송 내용이 잘못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뿌리고 다니는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주 성모님'과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은 물론 다른 모든 신자들도 교도권의 가르침을 존중하고 따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성모님 발현과도 관련되는 사적 계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 성모 발현과 사적 계시 성모님 발현은 언제나 사적 계시와 연결됩니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공적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완전히 실현됐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어떠한 새로운 계시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러나 이후 예수님이나 성모님이 특정한 사람이나 장소에 발현해 계시를 주셨다는 주장들이 자주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교회는 엄격한 조사를 실시해 어떤 것에 대해서는 그 발현 계시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이를 '공적' 계시와 구별해 '사적' 계시라고 부릅니다(계시에 대해서는 899호 2006년 12월 10일자 참조). 그런데 사적 계시를 대할 때는 각별한 주의가 요망됩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완결된 공적 계시 외에 또 다른 계시 곧 사적 계시를 바라는 태도에 대해 십자가의 성 요한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지적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유일한 '말씀'이신 아들을 우리에게 주셨으므로 우리에게 주실 다른 말씀은 없습니다…바로 이 때문에, 지금 다시 그분께 문의한다든지 또는 어떤 환시나 계시를 바란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리스도께 눈을 돌리지 않고 그분과는 다른 것이나 어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므로 어리석은 일일 뿐 아니라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65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나아가 '사적' 계시가 "그리스도의 결정적 계시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한 시대에 계시에 따른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67항)는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그럼에도 이른바 사적 계시 현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적 계시가 신자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사적 계시가 아님에도 사적 계시인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질 경우 신자들의 신심 생활에 큰 혼란과 해악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적 계시의 식별 기준 '사적 계시'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현상과 관련해서 그것이 참으로 사적 계시인지를 식별하는 권한은 일차적으로 교회의 몫입니다. 교회 교도권은 신자 공동체의 신앙 감각을 존중하는 가운데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며 신중하고 현명하게 이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적 계시를 식별하는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습니다.(이 부분은 「사목」 231호(1998년 4월) 31~31쪽에 있는 '사적 계시와 이상한 현상에 빠져 있는 신자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전달수 신부 글 가운데서 인용했습니다.) 첫째, 그 내용이 교회의 통상적 가르침과 일치해야 합니다. 교회의 정통 신앙교리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면 사적 계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둘째, 계시 내용이 진실해야 합니다. 허무맹랑한 내용, 비윤리적 내용이나 생활을 전하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이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한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심리적으로 병약해서 환상을 보고도 계시라고 오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째, 계시를 받았다는 사람의 삶이 건강한지도 보아야 합니다. 다섯째, 평소 언행이 진실하거나 성실하지 못하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섯째, 그 사람이 겸손과 순명과 용기의 덕행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합시다 결국 사적 계시는 신자들을 올바른 신앙으로 인도하는 한에서만 정당성을 보증받습니다. 사적 계시가 신자들의 신심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도, 신자들이 사적 계시를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신자들이 사적 계시를 활용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나아가 사적 계시는 신앙의 중심인 그리스도를 향하도록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참다운 사적 계시가 아닐 것입니다. 이는 성모 발현 및 이와 관련된 사적 계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른바 '나주 성모님'과 관련된 사안의 경우, 사적 계시가 아니라는 것이 교회의 공식 판단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MBC TV의 관련 방송은 그 이상한 현상이 허구임을 밝혀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창훈 기자 changhl@pb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