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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기도하라" 고난 이긴 영광의 100년

namsarang 2009. 8. 28. 21:15

"일하고 기도하라" 고난 이긴 영광의 100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전봉헌식 등 기념행사

"일하고 기도하라(Laborare et Orare)"는 영성(靈性) 이념에 따라 모든 회원이 농사 짓고 가구를 만들며 중세 그레고리안 성가(聖歌)로 미사를 올리는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에 진출한 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한국 최초의 남자수도원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9월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해 신자와 일반인들을 베네딕도 영성으로 초대한다.

'서울→원산→왜관' 고난의 100년사

1909년 2월 25일 독일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선교사 2명이 인천을 거쳐 서울에 들어왔다. 당시 천주교 조선대목구장(大牧區長)이던 뮈텔 주교가 조선 선교를 위해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들은 현재 가톨릭대와 동성중·고교, 혜화동성당을 포함하는 서울 혜화동 일대에 자리를 잡고 수도원을 세웠으며 이듬해 숭공(崇工)학교와 숭신(崇信)학교를 설립했다.

1930년대 후반 베네딕도회 파렌코프 신부가 모터 달린 자전거를 타고 신자들을 찾아다니던 모습. 선교지는 넓은데 도로 사정은 열악하던 당시 선교사들 사이에 모터 달린 자전거가 인기였고, 한국인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10년 넘게 혜화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베네딕도회는 1920년 원산으로 이동한다. 함경남·북도와 만주 등을 관할하는 원산대목구가 분리되면서 교황청이 이 지역의 사목 관할을 베네딕도회에 맡긴 것이다. 베네딕도회가 1927년 설립한 덕원신학교는 원산·연길·평양 교구의 신학생들을 가르치고 출판·인쇄·의료·농공(農工) 활동을 펼치면서 이 지역을 베네딕도 영성의 보금자리로 가꿨다. 덕원신학교에서는 지학순 김남수 윤공희 주교 등 다수의 고위 성직자들이 배출됐다. 그러나 광복 후 북한 지역이 공산화되면서 1949년 덕원수도원은 강제폐쇄됐고, 독일인 성직자를 비롯해 신부·수사·수녀 67명이 투옥됐다.

베네딕도회는 덕원수도원이 폐쇄되자 1952년 월남해 경북 왜관에 터를 잡고 새 역사를 만들어갔다. 지금도 90대의 원로 수사부터 갓 입회한 열아홉 나이의 수사까지 70여명의 회원이 새벽 5시20분 독서기도부터 저녁 8시 끝기도까지 하루 5차례 함께 기도하면서 공예실과 논밭 등 일터에서 노동하고 있다. 전통을 살려 성당에 필요한 강론대와 가구 제작에 관해서는 지금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히며, 베네딕도미디어는 해외의 우수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국내에 보급해왔다.

2007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최근 재건축된 왜관수도원 성당 건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제공

성전 봉헌식·강연회·전시·기념미사 등 열어

기념행사의 첫 신호탄은 오는 30일 오전 열리는 〈왜관수도원 성전 봉헌식〉이다. 지난 2007년 화재로 성당과 수도원 건물 일부가 소실된 것을 재건축해 이날 봉헌식을 갖는 것이다. 이어서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아래로부터의 영성》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영성가 안젤름 그륀 신부가 9월 19~25일 서울·왜관·부산에서 4차례 강연회를 갖는다.

9월 20일 시작되는 〈겸재 정선 화첩 전시회〉도 일반인에게는 관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룡폭(九龍瀑)〉 〈함흥본궁송(咸興本宮松)〉 등 겸재 정선의 작품 21점이 묶인 이 화첩은 1925년 노르베르트 베버 아빠스(대수도원장)가 구입해 독일로 가져갔던 것을 2005년 영구임대 방식으로 한국에 돌려준 것이다.

100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는 9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기념미사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다. 또 기념행사 기간인 9월 21~25일에는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이 '총재 아빠스 회의'를 왜관에서 개최해 전 세계에서 20여명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