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다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요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가 영 눈에 거슬립니다. 성당에 오면 경건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 뭐라고 말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저는 늘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고 기도하고 다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잡담만 하고 다니는 것이 세속적으로만 보입니다.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그런 태도를 고칠까요? A. 그러시군요. 자매님은 아주 열심인 분이신가 봅니다. 그런데 정말 기도를 열심히 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고 하는데, 자매님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한 기분이 드네요. 그리고 자매님은 기도에 몰입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허물 찾기에 바쁜 분인듯 합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라 자매님이 문제가 많은 분인 것 같아서입니다. 자매님이 가진 문제는 '종교적 자아도취증'이란 것입니다. 종교적 자아도취증에 걸린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많아도 적어도 나는 문제가 없는 사람이야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곤 합니다. 자신이 너무나 열심히 살아 하느님뿐만 아니라 자신이 보기에도 기특해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도취 증세 때문에 이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히 자기 자랑을 많이 하고 "나만큼만 살아봐!" 하면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강요하거나 자신을 존경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경건하게 살지 못하는 것이 자꾸 눈에 거슬리게 보입니다. '왜 기도는 저렇게 하지? 왜 미사에 옷을 저렇게 입고 오지? 왜 성가는 저렇게 부르지?'하면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품고 뭔가 한마디 하고픈 욕구가 마음 안에서 솟구쳐오릅니다.
그러나 '말을 해서 뭐하나, 백로는 까마귀랑 노는 게 아니야' 하면서 고개를 돌리는데 여전히 신경은 그곳에 가 있습니다. 자매님 역시 제가 보기에는 같은 문제가 걸린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매님은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볼 일이 아니라 자신의 문제를 보는 훈련을 하셔야 합니다.
왜냐면 주님과 가장 대립각을 세웠던 사람들이 바로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고,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하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재수 없는 사람이란 인상을 줘서 공동체 안에서 소외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Q2. 작심삼일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픈 데 조금만 해도 금방 지치고 질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위에서는 열심인 마음이 부족해 그렇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나름대로 노력을 해도 잘 안 되네요.
A. 형제님은 열정이 부족한 분이 아니라 뒷심이 부족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예전 한국 축구를 평가할 때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곤 했지요. 뒷심이란 무엇인가를 끝까지 해내는 힘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약하면 신앙생활을 잘 하기가 어렵지요.
형제님이 뒷심이 부족한 이유는 아마도 대결형의 신앙생활을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인생이란 끊임없이 다가오는 문제 해결의 연속과정인데, 대결형의 인생살이를 사는 분들은 문제를 자기를 괴롭히는 적이나 방해자로 보고 인생을 전쟁터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성격이 A형인 사람들이 주로 이런 유형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이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 '투쟁''투병' 등의 말입니다. 즉, 모든 문제를 싸움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이지요. 이런 유형은 겉으로 보기에는 참으로 강하고 대단한 듯 보입니다만 적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문제 이외에는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유형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타조 콤플렉스'가 있다고 합니다. 타조는 말보다 빨리 달리고 발길 한 번에 사람이나 말도 죽일 정도인데 겁이 많아서 쫓기면 같은 곳을 뱅뱅 돌다가 모래나 바위틈에 머리를 처박는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쉽게 지칩니다.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늘 마음 안에 불안과 긴장감을 갖고 있어서 에너지 소모가 심합니다. 이렇게 대결형의 삶을 사는 분은 주님의 가르침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지요. 십자가를 적으로 보거나 없애버릴 대상으로 보지 말고 내가 평생을 지고 갈 것으로 여기라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즉, 자신의 문제를 피하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받아들여 뒷심을 키우라는 말씀입니다.
인생에서건 신앙생활에서건 문제는 늘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싸워서 완전히 이길 수도 없고 피해서 안 만날 수도 없으니 쉬엄쉬엄 내 십자가려니 하고 짊어지고 가면서 뒷심을 키우는 것이 신앙생활이건 인생살이건 지치지 않게 사는 방법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