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0편에 이르는 「시편」 다음으로 이제는 성경의 세 번째 「지혜문학」 작품이자, 대략 375개의 격언들로 구성되어 있는 「잠언(箴言)」 혹은 「미셜레 셜로모( , 솔로몬의 잠언)」를 읽을 차례입니다.
선생 또는 현인이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는 「잠언」은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사람이 한 가정 내지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잠언」의 저자는 솔로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잠언 1,1 참조). 하지만 자세히 읽다보면 이 책의 저자가 솔로몬 외에도 여러 명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여러 저자들에 의해서 수집되고 작성된 본문들이 여러 시대에 걸쳐서 한 권의 책으로 편집된 책이 바로 오늘날의 「잠언」입니다.
다만 기원전 7세기 유다 임금 히즈키야 시대에 전통적인 속담(10,1-22,16)과 격언들(25,1-29,27)이 수집되면서 시작된 이 책의 저술은 바빌론 유배로부터 귀환 이후인 기원전 5~4세기께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잠언들 대부분은 가정 또는 왕궁에서, 혹은 학교와 같이 다양한 「삶의 자리」를 배경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잠언」은 간결한 두 줄의 단문으로 지혜의 가르침을 힘있게 표현하면서, 히브리 시의 특징인 '대구법(對句法)'을 즐겨 사용합니다. 대구법이란 한 행이나 반 행을 배열함으로써 저자의 생각을 드러나게 하는 문학 양식입니다.
대구법에는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 동의적 대구법-같은 사람이나 사물이나 과정을 동의어로 두 번 반복해서 묘사함(예: 19,29)과 둘째, 반의적 대구법-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반대되는 어구를 나란히 놓아 주제를 반복하여 강조함(예: 10,4), 셋째, 종합적 대구법-어느 한 쪽을 예리하게 강조하거나 종합해 전체적인 뜻을 완성합니다(예: 16,8).
「잠언」은 최종 편집자의 저술 의도가 기록된 도입부(1,1-7)와 결어 역할을 맡고 있는 이상적인 아내에 대한 시편(31,10-31) 사이에 서두에 제목이 수록된 잠언 모음집 여덟 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 1,1~7: 도입부. 2 1,8~9,18: 첫째 모음집-지혜에 대한 교훈과 연설. 3 10,1~22,16: 둘째 모음집-솔로몬의 잠언. 4 22,17~24,22: 셋째 모음집-현인들의 잠언. 5 24,23~34: 넷째 모음집-현인들의 다른 말씀들. 6 25,1~29,27: 다섯째 모음집-히즈키야의 신하들이 수집한 솔로몬의 잠언. 7 30,1~14: 여섯째 모음집-아구르의 잠언. 8 30,15~33: 일곱째 모음집-수(數) 잠언. 9 31,1~9: 여덟째 모음집-르무엘의 잠언. 10 31,10~31: 맺음 시편-훌륭한 아내. 「잠언」의 내용은 네 가지 주제에 따라 살펴볼 수 있습니다.
①하느님께 대한 올바른 태도: 지혜는 주님 곤경에서 시작되며, 주님을 경외하는 것은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주님을 믿을 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올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②가정생활에 대한 교훈: 남편과 아내는 서로 신뢰하고 충실해야 하며, 부모는 가정 안에서 자녀에게 지혜를 가르쳐야 하고, 자녀는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고 기쁘게 해드려야 합니다.
③사회생활에 대한 교훈: ㉠재산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이기에 하느님 뜻에 맞게 선하게 사용해야 하며, 특별히 가난한 이와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웃에게 사랑과 배려가 담긴 말을 하는 사람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원수에게도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과음은 남에게 해를 끼치기에 지혜롭지 못한 행위입니다.
4의인의 길: 지혜로운 사람은 겸손하게 주님을 경외하고 현인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며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의인의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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