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학균 신부(예수회, 전례학 박사)
영성체가 끝나면 사제는 성합에 남아 있는 성체를 감실에 보관한다. 그리고 성혈이 담겼던 성작을 복사 도움을 받아 씻는다. 먼저 복사가 준비해 둔 물을 가지고 오면 성작 안을 확인한 다음 물로 성작 안을 닦는다. 사제가 성작을 물로 씻는 예식 때 또 포도주를 부어 다시 마시는 줄 아는 신자들도 일부 있지만, 성작 안에 남아 있을 성혈을 물로 깨끗이 씻어 내는 예식이다. 그 이유는 한 방울의 성혈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찬례를 거행하는데 있어서 눈에 뜨이는 것이 성작인데, 성작에 대한 신학적 지식은 다음과 같다.
미사 전례가 거행되는 제대가 두 부분(제대 윗부분과 윗부분을 지탱하는 버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듯이, 성작은 컵(cup), 마디(bond), 다리(foot)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부분은 서로 다른 의미와 용도를 갖고 있다. 성작에서 컵(cup)의 중요한 사용 용도는 포도주를 담는 것이고, 마디는 컵과 다리를 연결하는 부분이고, 다리는 성작의 중심을 잡고, 서 있게 하는 것이다.
과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라틴 전례에서, 성작의 마디는 성체 축성을 한 후에 손가락을 펼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성작을 잡는데 용이하게 사용하기 위해 원형 모양으로 제작됐다. 그래서 미사를 집전하면서 하느님과 신자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제는, 하늘나라의 성(聖)스런 부분과 세상의 속(俗)을 연결해 주는 성작의 마디를 잡고 성찬례를 거행했다. 즉 성작에서 컵은 성스러운 곳, 즉 하느님 왕국으로 설명됐고, 다리는 인간 세상을 표현하는 의미를 지니며, 마디는 인간 세상과 하느님 세상을 잇는 연결 고리로 이해됐다.
하느님 구원 은총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들에게 다가온 것과 같이 성찬례가 거행되는 이 순간에도 사제는 하느님 은총과 세상의 구원을 연결하는 마디를 잡고서 하느님 왕국과 인간 세상을 연결시키면서 다시 한 번 하느님 은총이 세상에 도래하기를 기원하며 기도를 한다. 그러기에 사제는 성찬례를 거행할 때는 성작의 마디를 잡고 전심을 다해 기도를 하는 것이다. 일부 사제가 가볍게 생각해 성작의 컵 부분을 잡고 거양을 하는 것은 신학적 의미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또 오늘날에는 편리성과 실제적 그리고 예술적이라는 이름 아래 단순하고, 유행 감각을 갖춘 모양의 성작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대의 성작에 대해서는 새로운 개념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성작이 갖는 신학적 의미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성작에서 컵은 단순하게 어떠한 유동적 물질을 담아 두는 것이 아니다. 컵에는 하느님의 충만한 은총이 담긴다. 이 은총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달돼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또 이 은총으로 말미암아 신자들은 하느님 자녀로서 양육돼 영원한 하느님의 신비에 참여하도록 초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성물(성작 혹은 십자가, 14처 등등)은 시간이 지나면 해석을 할 수 없는, 이해 곤란한 추상적인 교회 소장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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