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다시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랫동안 함께 단체활동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는 사이인데, 얼마 전 싫은 소리 한 마디 했더니 삐쳤는지 성당에서 저를 보고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습니다. 뒷전에서 제 욕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나이도 저보다 어리고 늘 저를 따르는 것 같아 누나 같은 마음으로 충고한 것인데, 이토록 불편한 관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예 얼굴을 안 보면 되는데 그럴 수도 없고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한 성당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참 난감하지요.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으로 충고한 것인데, 속 좁게 삐쳐서 얼굴도 마주치지 않으려 하니 참 불편하시겠습니다.
만일 그 사람이 자매님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세요. 친한 누나가 해주는 말에 속 좁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멀리하는 게 낫습니다. 그러나 자매님에게 중요한 사람이라면 관계회복을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방법은 내가 싫은 소리를 한 것보다 5배쯤 많은 칭찬을 하셔야 합니다. 심리학자 존 고트먼은 30년 동안 부부가 원만하게 지내기 위한 요소들을 연구했습니다. 특히 부부간 대화에서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의 영향력에 대해 연구한 사람인데, 연구 결과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결혼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비율은 적어도 5:1이 돼야 한다고 합니다. 즉, 한 번 비판적인 말을 했으면,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말을 적어도 다섯 번 이상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혼관계는 서로 북돋워주고 동의해주는 말을 통해 잘 유지되며, 아주 짧은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으면 훨씬 많은 사랑과 관심으로 그것을 무마해야만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부부뿐 아니라 일반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자매님이 그분과 화해하려면 적어도 5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데일 카네기는 저서 「인간 관계론」에서 아주 작은 비판조차 서로의 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므로 가까운 사람끼리는 절대로 비판하지 말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미국 유머작가인 헬렌 롤런드는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칭찬은 남자의 머리를 부풀어 오르게 하지만, 비난하는 말은 곧장 남자의 심장에 꽂혀서 다시는 그 여자의 사랑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을 쪼그라들게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도 복음에서 "성내지 말라, 판단하지 말라, 남의 눈의 티끌을 보지 말고, 자기 눈의 들보를 보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사람과 사람이 원만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것입니다. 1980년대 후반 미국 클라크대학 제임스 레어드 교수는 특이한 실험을 했습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 텔레파시 실험을 한다고 하고서 서로 눈을 마주 보게 한 것입니다. 이런 가짜실험을 한 뒤 참가자들에게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하고 물으니 놀랍게도 처음 본 사람인데도 "매력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더랍니다.
이런 실험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현실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접합니다. 호젓한 등산로를 걸어가는데 저편에서 오는 사람이 먼저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 경우엔 호감이 가고 같이 인사를 나누게 되지요. 그러나 상대방이 눈도 안 마주치고 험악한 얼굴로 지나가면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게 사람 마음입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정도가 아니라, 나를 보고 웃음을 주는 사람에게는 나의 행복한 마음을 주고 싶어진다는 것이지요.
제가 들은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지요. 태국은 '미소의 나라'라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차량 접촉사고가 나면 서로 상냥하게 인사부터 한다고 합니다. 서로 가족 안부를 묻고 담배를 권하며 감정을 추스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의 차를 태국 사람의 차가 들이받아 사고가 났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에서처럼 삿대질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상대방 태국 사람이 여러 차례 대화하려고 했는데도 한국 사람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옷 속에서 권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때 "가는 말이 곱지 않으면 총 맞아 죽는다"는 말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런 방법들은 실행하기에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방법을 취하지 않은 채 불편한 상태로 살든지, 혹은 불편해도 나름 노력을 해 관계를 좋게 만들든지 선택은 자매님 몫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