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부부의 이별
유중철이 신유박해 때에 포졸들에게 잡혀가며 아내와 이별하고 있다. 그림 탁희성 화백 유중철(요한, 1779~1801)은 전주 초남(현 전북 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부유한 양반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순교자 유항검(아우구스티노)이 부친이고, 유문석(요한)이 동생이다.
아버지 영향으로 일찍 세례를 받고 신앙 안에서 성장한 그는 한정흠(스타니슬라오)에게서 오랫동안 글을 배워 학식도 갖췄다.
1795년 주문모 신부가 초남 마을을 방문했을 때 첫영성체를 한 유중철은 이때부터 '동정생활을 하겠다'는 자신의 결심을 주 신부와 부친 앞에서 털어놓았다. 2년 후 한양 이순이(루갈다)에게서도 동정을 지키도록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은 주 신부는 두 사람의 혼인을 주선, 1797년 10월 혼사가 성사됐다.
이듬해 9월 유중철은 아내와 함께 부모 앞에서 동정을 서약하고 오누이처럼 일생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유혹이 생길 때마다 두 부부는 기도와 묵상으로 극복해 나갔다.
1801년 봄 신유박해로 체포돼 전주 옥에 갇힌 유중철은 그해 가을 동생 유문석과 함께 교수형에 처해졌다. 1801년 11월 14일(음력 10월 9일)이었다. 그는 죽기 전에 아내에게 쪽지를 써보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누이를 격려하고 권고하며 위로하오. 천국에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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