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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오서의 결별

namsarang 2010. 8. 28. 11:50

[만물상]

김연아와 오서의 결별

 

"쭈뼛쭈뼛한 태도에 치아는 교정 중인 데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고, 팔다리가 길기만 하지, 컨트롤을 제대로 못 하는 상태였다." 브라이언 오서가 2006년 토론토에서 만난 김연아에게서 받은 첫인상이다. 김연아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에게 새 프로그램을 받으려고 토론토에 왔을 때였다. 거기서 김연아는 88캘거리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오서에게 3주간 점프를 배웠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둘의 호흡이 잘 맞는 걸 보고 전담 코치가 돼 달라고 부탁했다.

▶오서는 작년에 펴낸 '한 번의 비상(飛翔)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서 연아의 뼈를 깎는 노력을 이렇게 말했다. "연아의 천재성을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습과정을 딱 사흘만 지켜 보라." 그러면서 "내 목표는 연아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했다. '치아교정기를 낀 수줍은 소녀'의 재능을 알아본 오서는 고민 끝에 프로선수 생활을 접고 코치로 나섰다.

▶김연아와 오서는 '환상의 짝꿍'이었다. 2006년 11월 시니어무대 첫 우승을 시작으로 그랑프리파이널, 세계선수권 제패에 이어 지난 2월 열린 밴쿠버올림픽 정상에 섰다. 선수 시절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오서도 '금메달 코치'로 명성을 얻었다. 둘은 나란히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김연아와 오서의 결별 소식에 이런저런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오서가 "모든 소동은 김연아 어머니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김연아가 트위터에 "거짓말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오서는 어제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새 프리프로그램 음악으로 아리랑을 쓸 것"이라고 밝혀버렸다. 시즌 전엔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깬 것이다. 대형 기획사가 오서를 빼내 일본아사다 마오와 엮어 주려고 둘 사이에 싸움을 붙이는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연아와 오서는 정식 계약관계가 아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줄곧 오서에 대해 "얼음판 위에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아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해 왔다. 그 스승과 제자가 얼굴을 붉히는 사이가 됐다. 밴쿠버올림픽 때 미 NBC 해설진은 김연아의 연기를 중계하다 "여왕 폐하 만세(Long live the Queen)"를 외쳤다. 김연아가 뿜어내는 여왕의 빛이 이번 일로 바랠까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기왕에 갈라설 거라면 깔끔한 결별이 아쉽다.

[인사이드] 김연아 "오서! 지도자 도덕적한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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