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
서울의 태풍
▷어제 오전 6시 35분 강화도에 상륙해 서울 북부 쪽으로 지나친 태풍 ‘곤파스’는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 두 번째 태풍이다. 태풍이 수도권을 관통하기는 1995년 ‘재니스’ 이래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태풍은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다가도 일본 쪽으로 진로를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태풍에 관한 한 일본이 우리에게 방파제 역할을 해준다. 곤파스처럼 태풍이 서해를 따라 곧장 올라와 서해안으로 상륙하는 경우는 10%에 불과하다. 수도권 주민은 모처럼 겪는 태풍의 위력에 혼비백산했다. ▷지난 2년간 한 건도 없던 태풍이 올해 한반도에 자주 출몰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이 발생하는 태평양 바닷물이 예년보다 3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은 땅보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기 때문에 한여름이 지난 지금이 해수 온도가 가장 높을 때이다. 7, 8월 태평양에서 태풍이 예년보다 적게 발생했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 있던 에너지가 앞으로 태풍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곤파스는 비보다 바람이 위력적이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키가 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나갈 정도였다. 풍속이 얼마나 셌으면 곤파스는 스스로의 수명도 단축했다. 순식간에 동해로 빠져나가 바로 소멸했다. 하지만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강풍으로 벼가 쓰러지고 수확을 앞둔 사과 배 등이 떨어져 과수농가들이 타격을 입었다. 어선들이 조업을 하지 못해 생선 가격도 급등했다. 농수산물의 최대 성수기인 추석을 앞두고 식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9월 들어 한두 개의 태풍이 더 들이닥친다고 하니 대비를 잘해야겠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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