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월드컵 넘어 남북 공동 월드컵을
두 달 뒤인 12월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4명이 2018, 2022년 월드컵 개최지를 동시에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한다. 제프 블라터 회장이 한꺼번에 두 대회를 다 결정하려는 욕심을 부렸다. 두 대회를 동시에 신청한 나라는 유럽에서 영국, 네덜란드-벨기에, 러시아, 스페인-포르투갈 등 4개팀 6개국이고, 유럽 이외엔 미국이 유일하다. 2022년 대회만 단독 신청한 나라는 한국 카타르 일본 호주 등 4개국이다. 월드컵은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한 번, 비유럽에서 한 번 번갈아 개최되다가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처음으로 비유럽 지역에서 두 번 연속 열린다(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 이 때문에 2018년 대회는 유럽에서 개최될 공산이 크고 우리는 2022년 대회를 놓고 카타르 일본 호주 미국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하나로 묶은 ‘3지’ |
호주는 올림픽을 두 번 치렀지만 월드컵은 한 번도 안 해봤다. 18개 도시에서 열리는 축구경기를 보려면 호주 안에서도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인구 20만 명 안팎의 도시들에서 월드컵 대회를 여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유럽의 축구 팬들이 경기를 보러 가기에도 호주는 가장 먼 나라다. 유럽 사람들은 인천 싱가포르 도쿄에서 환승해 호주로 가야 한다.
그럼에도 호주는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걸기를 하고 있다. 호주축구협회는 최근 1137만 달러를 주고 유럽 출신 로비스트 두 명을 고용했다. 2008년에는 프랭크 로이 호주축구협회장이 FIFA 집행위원 24명을 부부 동반으로 불러 만찬을 제공하면서 부인들에게 보석 목걸이를 선물로 주었다.
카타르는 인구 30만 명 중 외국인이 15만 명인 소국이다. 서울 용산구(인구 25만 명)에 경기장 12개를 짓겠다는 것과 비슷하다. 블라터 회장과 카타르 국왕이 가깝다는 소문이 나있지만 국토의 크기와 인구 면에서 난점이 있다.
일본 유치위원회는 FIFA에 제출한 설명자료에서 월드컵 경기장에 200개의 고성능 카메라를 설치해 특수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 영상을 장내 대형스크린과 거리 응원장소에 발신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그런데 일본의 정치 경제가 2002년 월드컵 유치 신청을 할 때 같지는 않다. 일본축구협회의 자국 내 위상도 한국축구협회만 못하다.
2022 월드컵 유치전에서 중국 변수도 작용하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중국은 14년 만인 2026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싶어 한다. 비유럽의 한 대륙에서 월드컵이 두 번 연속 열린 전례가 없기 때문에 2022년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을 유치하면 2026년 중국 개최가 어려워진다. 그래서인지 웨이디 중국축구협회장은 미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중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의 월드컵 유치를 방해하는 태도는 아시아를 중심과 변방 개념으로 파악하는 중화중심주의의 산물이라는 반발도 만만찮다.
숨은 복병 중국과 블라터 변수
한국은 12개 도시에 있는 14개의 경기장을 FIFA에 제안했다. 그중 10곳은 2002년 때 지어 현재 운용 중이다. 한승주 2022월드컵유치위원장은 “우리가 2022 월드컵을 유치하면 북한에서 몇 경기가 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지만 12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에서 길이 남을 평화의 유산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블라터 회장은 내년 5월 75세의 고령으로 4선에 도전한다. 정몽준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런던에서 블라터 회장을 만나 “내가 회장 선거에 안 나가고 당신을 도울 테니 당신은 한국을 찍으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2022년 월드컵 단독 개최에 성공하면 아시아 최초의 단독 개최국이 된다. 일본의 정치 경제가 지지부진하고 중국이 신청을 하지 않은 2022년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황호택 논설실장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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