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정수]
민주시민교육 ‘이념’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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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민주주의와 국가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세계적으로 드문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시민교육은 민주화운동을 강조하는 이념교육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의식을 제고하는 차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시민의 의식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될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일상적인 거리에서의 교통질서와 법치 수준으로 평가할 때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회는 지금 전략적 변곡점을 맞고 있다. ‘나’만 아는 사회에서 ‘너’를 포용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있다. 그동안 물질적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전통적 인의는 사라지고 이기심 불신 불만만이 가득 차게 되었다. 그나마 있는 신뢰도 혈연, 지연, 학연의 연고 집단을 벗어나면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니 국가의 신뢰지수가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과연 어떻게 시민의식을 키워나갈 수 있을까? 첫째, 학교와 사회의 도덕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국영수에 밀려 잊혀진 인성교육, 전문지식에 점령당한 인문교육을 살려야 한다. 가정이 최고의 학교란 점에서 부모에 대한 교육도 있어야 한다. 종교도 이기적 신앙이 아닌 이타적 신앙을 보여주어야 한다. 역대 정권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피와 땀으로 승리를 쟁취한 민주화운동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역사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시민 교육의 기초는 인성교육이 되어야 한다.
둘째, 자기 성찰을 할 줄 아는 리더를 만들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가는 사회적 책임의식, 공직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 지식인은 선비정신을 보이도록 초등학교에서부터 리더십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의 창조적 인재는 공동체의 일환으로 주변을 배려하는 따뜻한 인성교육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열성적인 교사의 솔선수범이 살아 있는 교과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나라와 역사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이 없이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애국심을 고취하고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가치관을 학교에서 학습을 통해 확립해야 한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차이 중 하나는 역사 해석의 다원주의라고 한다. 선진국에서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 자유이자 권리로서 보장받는다. 다양성의 가치와 유연한 사고를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을 통해 기르는 것이 선진시민 교육의 중요한 과제다.
학교에서 하는 시민교육의 목적은 도덕과 신뢰가 중심이어야 한다. 우리 어린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사회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발전하는 사회이다. 이기적 냉혈한만 득세하는 사회, 무책임한 평등주의자만 넘쳐나는 사회로는 선진사회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그려야 할 미래는 경쟁 속에도 절제와 배려가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자유 속에서도 책임과 소통을 아는 성찰적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학교에서 추진하는 민주시민 교육도 이처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인성교육 위주로 이루어져야지 이념 대립의 장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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