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77) 못말리는 고정관념

namsarang 2010. 11. 17. 20:17

[아! 어쩌나?]

 

 (77) 못말리는 고정관념



 
Q. 못말리는 고정관념
 저와 같이 단체활동을 하는 분 중에 아주 유식한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노처녀인데 여기저기 공부하러 다녀서 그런지 교리이건 성경이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막히지가 않습니다. 저처럼 신앙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주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듣기 거북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컨대 혈액형과 성격은 상관이 많다며 B형은 성격이 좋지 않으니 조심해라, A형은 까칠하니 멀리해야 한다, O형은 둔하니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등의 말을 합니다. 심지어 나이 어린 저를 보고 "인생 선배로서 하는 이야기인데 남자들은 다 늑대이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다.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등 거북한 말을 해서 당혹게 합니다.
 
 그리고 이분이 얼마 전 에니어그램이란 프로그램을 하고 와서는 같은 단체원들을 보고 당신은 무슨 형, 당신은 무슨 형이라며 진단을 내려주곤 합니다. 재미삼아 하는 게 아니라 아주 진지하게 당신의 문제는 이것이니 고치라는 식의 말을 해서 듣는 사람들이 전부 불편해합니다. 감히 반박도 못할 정도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분에게 문제가 있는 듯한데, 아는 것이 없어 고민입니다. 제가 잘못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그분이 문제가 있는 건지 개념정리가 잘 안 됩니다.

 
 

A. 단체원이나 동네 사람 중에 정신적 터줏대감을 자처하면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신적으로 휘두르려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이분들은 대개 뒷전에서 사람들의 건강한 판단의식을 흐트러뜨리는 공동체의 암적 존재이지요. 이분들이 가진 문제는 '고정관념'입니다.
 
 고정관념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사람이나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봅니다. 그런데 다양한 방식으로 보는 게 아니라 고정적이고 동일한 패턴으로 보는 것을 고정관념이라고 합니다. 고정관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그분이 말한 것처럼 성격과 혈액형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수학을 못한다든가 나이들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등 연령대나 성별에 따른 판단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혹은 경상도 사람들은 이렇다, 전라도 사람들은 어떻다, 미국인은 이렇고 일본인은 저렇다 하는 식으로 지역적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 귀나 입 모양새를 보면 부귀영화를 누릴지 가난에 찌들어 살지 알 수 있다는 등 신체특징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도 '보편적 고정관념'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고정관념은 '특수 고정관념', 즉 개인적 경험에 의해서 생긴 고정관념입니다. 돈은 좋지 않은 것이라든지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남자들은 모두 늑대다, 얼굴이 예쁘면 성격이 안 좋다는 등의 말은 본인 경험에 기초한 고정관념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이런 고정관념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고정관념에 빠질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게으름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피스크와 테일러는 사람을 인지적 구두쇠, 즉 '생각하기 싫어하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좀 더 이해하려 노력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게으름 때문에 고정관념으로 상대방을 판단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대부분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고정관념을 사용합니다.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을 때 시간이 없으면 소문난 업체 제품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열등감이 강한데다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분들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경우입니다. 사물을 깊이 생각할 만큼 머리는 좋지 않은데 사람들에게 유식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할 때 소위 팸플릿 지식(전단 몇 장 보고 익힌 지식)을 마치 전문서적을 공부해서 얻은 지식인양 사기를 칠 때 고정관념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개 이런 분들은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을 피하고 좀 어리바리하고 자기보다 지적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부하처럼 몰고 다니면서 여왕벌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 번째 이유는 '인생패턴'입니다. 자기 인생이 아무런 변화가 없을 때 고정관념이 가장 많이 생기며 또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마치 고인 물이 썩어서 마시지 못할 물이 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지요. 이렇게 고정관념이 심한 분들은 대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일 처리 능력도 수준 이하라서 인생에서 성공하거나 대인관계를 다양하게 갖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자매님은 그분이 아무리 유식하게 보인다 하더라도 거리를 두십시오. 그분과 대화가 자매님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매님이 그분처럼 되지 않고 그분이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마음을 활짝 열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 인생의 다양함을 맛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마음이 흐르는 물처럼 돼 늘 신선하고 열린사고 방식으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