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한국 마라톤의 희망' 지영준(30.코오롱)이 8년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금메달을 가져오는 쾌거를 이뤘다.
지영준은 27일 광저우 외곽 대학섬에 위치한
트라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가장 먼저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기록은 2시간11분11초.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에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4회 연속 남자부를 제패한 한국 마라톤은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지영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8년만에 다시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지영준의 마라톤 금메달까지 더해 한국 육상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금메달 개수를 4개로 늘렸다.
지영준은 초반부터 11명의 선수와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일본, 카타르, 중국, 바레인 선수들과 함께 치열한 순위 싸움을 계속 이어갔다. 특히 케냐 등 아프리카에서 귀화한 중동선수들의 초반 기세가 매서웠다.
하지만 지영준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했다. 지영준이 안정된 레이스를 전개하는 동안 선두권 경쟁자들은 하나 둘 씩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16km 지점을 지날 즈음에는 앞으로 치고나와 레이스를 앞장서 이끌기도 했다.
지영준은 30km 지점을 지나면서 경사도가 큰 언덕이 나오자 본격적으로 스피드를 내기 시작했다. 7~8명 정도가 벌이던 선두권 싸움은 35km 지점을 지날 즈음 지영준과 카타르의 무바라크 샤밋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샤밋은 4년전 도하 아시안게임 에서 한국의 연속 우승을 가로막았던 주인공.
지영준은 샤밋이 바짝 추격하는 가운데 선두에 서서 계속 앞서나갔다. 35km 지점도 샤밋보다 앞서 가장 먼저 통과했다. 샤밋과 계속 신경전을 벌이면서 역주를 펼친 지영준은 40km지점을 앞두고 스퍼트를 내면서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2위 샤밋과의 격차가 커지면서 지영준의 우승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결승선을 앞두고 오르막길을 달리는 지영준의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졌다. 2위 주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영준의 독주를 계속 이어갔다.
일찌감치 금메달을 예약한 지영준은 전혀 지친 기색없이 힘차게 질주했다. 반면 지영준과 경쟁을 벌이던 샤밋의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 보였다. 지영준과 샤밋의 차이는 어느새 1분 이상 벌어졌다.
선두에서 홀로 달리면서도 지영준의 페이스는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금메달을 향한 질주는 계속됐다. 결승선이 보일 즈음에는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감격의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지영준은 전혀 지친 기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레이스였다. 지영준은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얼마전에 태어난 아기를 안고 세리머니를 펼칠 만큼 지영준이 느낀 감격은 남달랐다.
일본의 기타오카 유키히로는 막판에 샤밋을 제치고 2위로 결승선에 들어왔다. 지영준과 레이스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인 샤밋은 3위에 머물렀다.
한편, 지영준과 함께 출전한 김영진(27.
수원시청)은 2시간24분18초의 기록으로 9위에 그쳤다.
앞서 열린 마라톤 여자부에선 중국의 저우츈슈가 2시간25분00초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의 이선영은 2시간39분37초로 9위를 차지했고 임경희는 완주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