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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형 리더십, 戰士형 리더십

namsarang 2010. 12. 2. 21:20

[오늘과 내일/권순활]

 

상인형 리더십, 리더십

 

 

국제정치학의 명저() ‘외교론’을 쓴 영국의 해럴드 니컬슨 경은 세상에는 두 유형의 협상가가 있다고 상정했다. 상점 점원형과 전사()형이다. 상인형은 서로 신뢰하면서 견해를 조율해 양측이 함께 만족하는 타결책을 찾는다. 전사형에게 협상은 시간을 벌고 유리한 처지에 올라서는 수단일 뿐이다. 니컬슨은 “외교든 사업이든 상점 점원형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신과 같은 타입으로 생각한 상대방이 알고 보니 전사였을 때”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형적인 상인형 리더다. 경제 운용이나 ‘정상적 국가’와의 외교에서는 이런 리더십이 먹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년 9개월 연속 전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한 유일한 나라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의장국 역할도 무난히 수행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G20 회의 직후 이 대통령 인터뷰 기사에서 “선수(), 포석(), 사전 조율이라는 외교의 요체를 이명박 외교에서 느낀다. 아마 그것이 지금 일본 외교에 가장 필요한 요소일지 모른다”고 썼다.

그러나 세계 최악의 저질 폭압정권인 김정일 집단을 다루는 방식은 달라야 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이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우리의 무기력한 대응은 상인형 리더십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줬다. 경제와 외교에서 점수를 따더라도 적의 무력도발에 속수무책으로 깨지는 국가지도자를 국민이 믿고 따르긴 어렵다.

MB는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원칙을 세우지도, 지키지도 못했다. 군 최고통수권자의 유약함은 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크세노폰은 “부하들은 일반적으로 지휘관의 모습을 닮게 돼 있다”며 명확하고 간결한 명령을 강조했다. 연평도에 폭탄이 쏟아지는 순간 TV 자막에 나온 ‘확전 자제’라는 청와대의 첫 메시지는 경위야 어찌 됐든 대통령의 치욕을 넘어 국가의 치욕이었다.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은 좌파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안보 불감증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현주소와도 무관하지 않다. 천안함 비극을 겪었지만 적잖은 국민이 북한의 만행에 분노하기는커녕 가짜 평화세력이 부르짖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선동에 넘어갔다. 주민을 먹여 살리는 능력은 빵점이지만 독재 권력을 유지하고 한국 내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공학에는 능숙한 북한이 우리를 우습게 보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우리 국민 중 누가 전쟁을 바라겠는가. 그렇지만 잔인하고 교활한 적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원하는 것을 주어 달래려 하면 더 큰 재앙을 부른다. 미국 작가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에서 “늑대 앞에서 평화주의자가 되는 것은 끝없는 비극을 낳을 뿐”이라고 갈파했다. 한국의 10년 좌파정권은 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6조 원 이상을 북한 정권에 퍼주었지만 돌아온 것은 한층 노골화된 대남 도발과 협박이었다. 햇볕정책이 벗긴 것은 북의 폐쇄적 체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안보 외투였다.

 

사악한 전사형 리더인 김정일 집단과 맞서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상인형 리더십을 잠시 내려놓는 게 낫다. 모든 측면에서 저들보다 우월한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대의()에 앞장서 행동으로 헌신하면서 국민에게도 동참을 요구해야 한다. 그린은 “당신은 항상 칼날을 날카롭게 갈아두어야 한다. 당신이 본성적으로 상점 점원이라도…”라는 경구()를 남겼다.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 인사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