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 선생님께서 발음이 이상한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면 당사자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곤 했었다.
사람에게 이름은 단순한 호칭의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명예와 인격성을 포함한다. 따라서 작명의 형태는 국가나 민족, 그리고 배경이 되는 사회나 문화에 따라 복잡하고 다양하며 보통 각기 다른 유래와 의미, 이유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 이전까지는 일반 서민은 물론 왕과 귀족들도 성(姓)이 없었다. 통일신라 때부터 중국문화와 접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이름도 중국식으로 사용하게 됐다. 일부 지배층에서는 성씨 한(一)자에 족보 항렬을 따라서 이름자를 적는 전통적 작명법을 사용했다. 유럽에선 그들의 성을 조사해보면 조상이 중세시대에 갖고 있던 직업이 그대로 굳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슈미트(대장장이)나 슈만(제화공)이 그러한 예다.
옛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녀가 출생하면 무엇보다 먼저 그 자녀에게 이름 지어주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겼다. 반면 신약성경 시대에는 사내아이일 경우, 여드레째 되는 날에 할례를 베풀면서 작명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여드레째 되는 날, 그들은 아기의 할례식에 갔다가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기를 즈카르야라고 부르려 하였다"(루카 1,59).
일반적으로는 어머니가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지만(창세 29,32)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는 예외적 경우도 있었다(창세 16,15). 반유목민이던 유다인들은 이름을 지을 때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을 자주 사용했다. 어미양인 '라헬'(창세 29,6)이나 비둘기를 뜻하는 '요나', 야자나무를 뜻하는 '다말'(창세 38,6)이 그 예다.
또 아기의 상태나 행동에 따라 이름을 짓기도 했다. 이사악의 부인 리브가는 쌍둥이 아들을 낳았는데, 털투성이인 형은 '에사오', 동생은 형의 발뒤꿈치를 붙잡고 나왔다 해서 '발뒤꿈치'라는 뜻을 지닌 '야곱'이라 불리게 된다(창세 25,24-26).
따라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을 의미했다. 이스라엘 부모들은 신앙적 차원에서 하느님과 연관지어 자녀 이름을 많이 지었다. 예를 들면 '나의 하느님은 야훼'라는 뜻의 엘리야, '야훼의 종'이란 뜻의 오바디야, '주님은 나의 심판자'란 의미의 다니엘 등이다.
성경시대에는 아브람이 아브라함(창세 17,5)으로, 시몬이 베드로(마태 16,l8)로, 사울이 바오로로 바뀐 경우 같이 어떤 사건과 계기를 통해 이름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이름은 그 사람에게 부여된 소명과도 연결돼 있었다.
예수님 시대에는 로마 제국의 영향이 유다인들 이름에도 나타나게 된다. 유다식 이름에 그리스나 로마식 이름을 덧붙이거나 '예수'나 '마리아'처럼 히브리말 이름을 그리스식으로 바꾸기도 했다.
유럽에선 중세부터 세례의식과 연결돼 세례명이 생겼다. 세례명으로 성경의 인물이나 성인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신자들은 세례 때 좋아하는 성인의 이름을 선택해 자신의 수호성인으로 특별히 공경하고 보호를 받으며 성인의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세례 때 새로운 이름을 받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