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희망의 정치’를 보고싶다
“2010년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 대해 칭찬할 게 없나 곰곰이 생각해 봤으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국민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얼마나 한심하고 불행한 나라의 국민인가”라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박 최고위원뿐이 아니었다. 민주당의 이날 회의는 마치 ‘여권 규탄 총집결판’과 같았다. 손학규 대표는 “권위주의, 차별과 특권, 탐욕의 사회, 평화체제에 대한 완강한 저항이 이명박 정권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내년에 청와대와 여당은 싸울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박지원 원내대표), “이명박 정권의 급격한 레임덕이 시작될 것”(정세균 최고위원), “대한민국이 실세들의 나라로 추락했다”(이인영 최고위원) 등 시종 ‘정부여당 때리기’가 이어졌다.
한나라당도 다르지 않았다. “새해에는 야당을 품고 함께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식의 ‘통큰 집권 여당’의 모습은 없었다. 배은희 대변인은 논평에서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어떻게든 이어 나가려는 민주당 손 대표의 노력이 눈물겹다”며 “민생을 외면한 무능한 제1야당에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원내 종무식에서 “집권 여당은 국정 안정을 위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는 선택”이라며, 연말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재현되면 그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여권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며 해를 넘겨 장외투쟁 2라운드를 벌일 것임을 예고하고, 여당은 국정은 자신들이 알아서 챙기겠다며 야당을 무시하고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낸 것이다. 여든 야든 “내년엔 잘해보자”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상대에 대한 적의(敵意)만 내비친 여야의 한 해 마무리는 국민에게 새해에도 정치권에 대한 희망을 품는 게 난망함을 보여준다.
예산안 단독처리 후유증으로 질책을 받는 한나라당 의원들이나, 또다시 장외로 나가 싸울 채비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나 모두 “이제 지쳤다”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국민이야말로 정말 지쳤다.
이날 양당 대변인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논평을 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가가겠다”고,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새해엔 희망과 행복을 안겨드릴 수 있는 그런 논평을…”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송년 논평이 제발 말뿐이 아니길 빈다.
류원식 정치부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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