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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안돼” 패배주의부터 버리자

namsarang 2011. 1. 5. 22:17

[기자의 눈/이헌진]

 

“중국은 안돼” 패배주의부터 버리자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거치면서 한국과 중국 관계는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말 한 전임 주중대사는 “한중 관계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한다. 1992년 수교 후 양국 관계가 ‘최저점’이라는 평가도 있다.

관점을 조금 달리해 보자. 지난해 한중의 무역액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2005년 양국 정상이 수교 20주년인 2012년까지 달성하자고 세운 양국 무역액 2000억 달러 목표는 2년 앞당겨 지난해 달성된 것이 확실시된다. 5년 내에 3000억 달러도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중국에서 지난해 109만 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9%와 판매순위 2위를 달성했다. 42개 자동차 메이커와 경쟁하면서 중국 진출 9년 만에 이룬 성과다. 2009년보다 무려 24만 대나 더 팔았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세계 경쟁업체를 따돌리고 나란히 중국 현지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립 승인을 받았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 흩어진 4만5000여 개 한국계 기업도 약진을 거듭했다.

이를 두고 ‘정랭경열(·정치는 차갑고 경제는 뜨겁다)’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말로는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에는 쏟아지다시피 중국인이 몰려왔다. 중국인의 한국 방문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교 이후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양국 간 인적 교류의 불균형은 크게 완화되고 있다.

양국에서 공부하는 최다 외국인 유학생은 각각 상대국 학생이다.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는 지난해 말 송년 모임에서 한중은 각각 서로에게 ‘가장 많은 자녀를 맡겨 기르는 나라’라고 표현했다.

정치관계 강화에도 의미 있는 활동이 적잖았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5번 만났다. 양국 지도자의 만남은 역사상 가장 많은 횟수였다. 또 9번째 공관으로 후베이() 성 우한()에 총영사관이 신설돼 중국에서 공관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곧 랴오닝() 성 다롄() 영사사무소도 개설된다. 한국에서는 중국 연구기관과 한국 외교통상부 내 중국 전담 부서 신설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부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본격 논의된다.

 

중국의 171개 수교국 가운데 한국은 155번째로 수교했다. 수교가 늦었지만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한중 관계는 긴밀해졌고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를 거치면서 “중국은 안 돼”라고 행여 포기하거나, 외교적으로 어려워했다면 이 점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