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신부(수원교구 가남본당 주임)
본당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목활동을 하다보면 항상 기분 좋은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때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한바탕 퍼부어 주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 '참아야 하느니라. 참자!' 이렇게 다짐을 하고 넘어가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아 낭패를 본 적이 많다. 그날도 주일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신자들이 성당에서 나오면서 한마디씩 했다. "신부님! 어제 무슨 화나는 일이 있으셨어요?" 나는 "아니요. 그런 일 없었는데요. 왜요?"하고 반문했다. 신자들이 또 한마디 했다. "미사 때 목소리가 굉장히 떨리고, 격앙돼 있었어요. 혹시라도 누가 신부님을 화나게 한 일이 있었나 해서요." 나는 아무 일 없었다며 신자들을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그런데 신자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나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대체 내가 어떤 모습이었기에 저토록 마음이 불편했는지? 빈 성당 안에서 조용히 혼자 성체조배를 했다. 한참 기도하는 중에 뭔가 내 가슴을 때리는 말씀이 들리는 것 같았다. "얘, 요셉 신부야! 너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그놈의 '욱'하는 성질 좀 죽여라. 이놈아!" 바로 예수님이셨다. 미사 내내 내 목소리를 듣고 계신 듯했다. 나는 그래서 말대꾸를 했다. "아니, 예수님! 제가 언제 '욱'했다고 그러세요?" "너 미사시간, 특히 강론시간에 말하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내 마음이 다 조마조마하다. 내가 내 양들을 잘 돌보라고 너를 신부로 만들었지. 야단치라고 신부로 만들었냐?" "아~~ 몰라요. 몰라. 그러니까 당신이 저를 신부로 만드셨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나는 예수님께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성당을 나왔다.
방으로 들어와 미사를 드리는 모습을 녹화한 비디오를 보았다. 평소 미사드릴 때의 모습이 아니었다. 목소리가 매우 떨리고 격앙돼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전날 화가 나는 일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다음 날 미사 때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그 비디오를 보면서 신부의 말 한 마디와 얼굴 표정 하나가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나에게 깊은 깨달음을 주신 신자들께 너무나 감사드리고, 앞으로 신자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사제가 될 수 있도록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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