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
<5> 만두
찌든 굽든 그속에 담긴 건 휴머니즘
만두만큼 인간미 넘치는 음식도 드물다. 유래를 보면 만두 속에는 인간존중 사상이 가득하다. 누가, 왜 만두를 그토록 인간적으로 묘사해 놓았을까.
많은 사람이 만두는 제갈공명이 만든 것으로 안다. 소설 삼국지, 그러니까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때문이다. 여기에 제갈공명이 남만 정벌에 나섰을 때 노수라는 강에서 사람머리를 베어 제사를 지내는 대신 밀가루로 고기를 싸서 사람머리처럼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고 나온다. 만두(饅頭)라는 단어도 원래 오랑캐의 머리라는 만두(蠻頭)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갈공명이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대신 만두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허구일 뿐이다. 삼국의 역사를 적은 진짜 역사서인 진수(陳壽)의 삼국지에는 비슷한 이야기조차 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나관중이 직접 창작한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을 베껴 썼을 뿐이다. 송나라 때 고승이 쓴 사물기원(事物紀原)이라는 책의 내용을 소설책인 삼국지연의에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만두에는 종류가 여럿 있는데 제갈공명이 만들었다고 한 것은 그중에서도 포자(包子) 만두다. 교자(餃子) 만두의 유래에 대해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참고로 포자와 교자의 차이는 생긴 모양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의 차이로 나눈다.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빚으면 포자 만두이고 생반죽으로 빚으면 교자 만두로 구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본이 다르니 유래도 다르다.
교자 만두는 2세기 무렵 한나라 때 의사인 장중경이 만들었다. 추운 겨울 동상으로 귀가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가엾게 여긴 장중경이 사람 귀 모양으로 만두를 빚은 후 뜨거운 물에 끓여 국물과 함께 나눠 주었다. 만두를 먹고 속이 따뜻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동상에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문헌에 기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설이다.
흥미로운 점은 포자나 교자 만두의 유래와 관련된 시대적 배경이 모두 한나라이고, 또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후세 사람들이 만두가 나온 유래를 만들었겠지만 이야기 속에 생명존중 사상과 빈민구제 의식을 담았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당시 시대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만두는 장중경과 제갈공명이 살던 한나라 때 생긴 음식이다. 중국에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 무렵이다. 맷돌에다 소량의 밀을 갈아서 먹다가 서역에서 물레방아를 이용해 대량으로 밀을 제분하는 기술이 도입된다. 그 결과 만두를 비롯해 국수와 같은 다양한 분식이 만들어진다.
수수나 기장 따위의 거친 음식을 먹던 당시 사람들이 곱게 빻은 밀가루 반죽에 고기를 싸서 먹으니 아픈 사람도 병이 낫고 죽은 사람도 다시 살아날 정도로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오래 살 수 있다는 믿음마저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진(晉)나라 때 책인 병부(餠賦)에는 초봄 음양이 교차할 때 만두를 차려놓고 바람이 잔잔해지며 날씨가 평온해지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늘도 잠재울 정도로 귀하고 소중한 음식이 만두였던 것이다.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