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 많이 나요? 고향에 가고 싶지요?" 설날이나 추석 명절 때면 새터민(북한이탈주민)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고 가슴앓이 하는 새터민들에게 고향은 '그리움'이란 말로 표현하기에는 서럽다 못해 절박하기만 하다. 아무리 돈을 모아도 갈 수 없는 곳, 며칠이 걸리더라도 갈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겠지만 고향은 '살아생전에는 다시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굳어져가고 있는 듯하다. 요즘처럼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시기에 새터민들은 더욱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거나 북한을 비난하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착잡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새터민과 북한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새터민들도 주민등록증과 여권을 발급받고,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 이웃으로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인천 논현동에는 새터민 1300여 명이 살고 있다. 내가 주로 만나는 사람은 20~40대 주부들인데, 3년 전부터 새터민 여성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정서적 안정과 자연스러운 정착을 돕는 '안해클럽'이라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새터민 여성들은 특히 모성애가 강해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낙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애 봐줄 사람이 없으면 등에 업고서라도 일을 하러 다닌다. 언젠가 한 새터민 여성이 아이를 낳아 주민자치센터에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가 "북한 사람들은 애도 많이 낳는다"는 비웃음을 듣고 와서 "수녀님, 애 낳는 것이 죄랍니까? 뱃속에 아기가 생겼는데 어떻게든 낳아서 키워야지 어째 없애버립니까?"하고 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엄마들이 다 그렇듯 새터민 여성들은 자식 사랑이 대단하다.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끄고 살 정도로 절약하면서도 자녀 교육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또 억척스레 돈을 모아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 있는 자녀를 데려오려 애쓴다. "어머니 건강도 생각하시라"고 조언하면 "수녀님, 이보다 더 할 때도 잘 살았습니다"하고 웃는다. 그들 꿈은 소박하다. 끼니 걱정 없이 살며 자녀들이 학교에 잘 다니는 것,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통장에 조금씩 돈을 모으는 것, 그래서 언젠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과 안부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