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 이야기)
<10> 숭늉
中―日서 꽃피운 茶문화가 한국에 없는 건…
요즘은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생길 정도다.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커피 한잔 마시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커피가 아예 국민음료로 자리 잡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국민음료는 숭늉이었다. 한중일 중에서 우리만 유독 차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는데 차가 널리 보급되지 못할 정도로 숭늉을 즐겨 마셨기 때문이다.
지금은 식후에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과일을 먹지만 예전에는 숭늉을 마셔야 식사를 끝낸 것으로 여겼다. 숭늉을 마시지 못하면 속이 더부룩하다며 먹은 음식마저 소화를 시키지 못했다.
한국인이 숭늉을 즐겨 마신 역사는 뿌리가 무척 깊다. 12세기 초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다녀갔던 서긍이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남겼는데 여기서 고려인은 숭늉을 갖고 다니면서 마신다며 신기해한다.
“고려 사람이 들고 다니는 물그릇은 위가 뾰족하고 바닥이 평평한데 그릇 속에는 숭늉을 담는다. 나라의 관리나 귀족들은 언제나 시중드는 자를 시켜 숭늉 그릇을 들고 따라다니게 한다.”
이렇게 숭늉을 마셨으니 요즘 사람들이 카페인에 인이 박인 것처럼 옛날 선조들은 숭늉에 중독됐던 모양이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사신으로 중국에 갔던 사람들이 현지에서 숭늉을 마시지 못해 애를 먹었다는 기록이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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