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0시, 그들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그리고"… 빈 라덴 최후 순간

namsarang 2011. 5. 2. 23:27

 

"0시, 그들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그리고"… 빈 라덴 최후 순간

입력 : 2011.05.02 20:45 / 수정 : 2011.05.02 22:06

[자료사진] 네이비실 대원
2일 0시(파키스탄 현지)를 갓 넘긴 시각, 파키스탄 북부 가지 공군기지. 완전히 무장한 20여명의 네이비실(Navy SEAL·미 해군 대테러 부대) 대원들이 헬기에 조용히 몸을 실었다. 잠시 뒤, 활주로에서 이륙한 네 대의 헬기가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두 대는 파키스탄 헬기, 두 대는 미군 헬기였다.

헬기들이 향한 곳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 100km 지점의 아보타바드의 비랄 마을.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서 차로 반나절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파키스탄 군 기지가 자리해 있어 군 관련 시설과 군인들의 가옥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지역에 숨은 오사마 빈 라덴의 제거. CIA가 반년 이상을 매달린 끝에 겨우 찾아낸 은신처였고, 이번에 실패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목격한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교전은 새벽 1시15분쯤 시작됐다. 헬기들이 빈 라덴의 거처를 향해 접근하자 빈 라덴 측 병사들은 지붕 위에서 로켓식 유탄 발사기를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헬기 1대가 화염에 휩싸인 채 추락했다.

잠시 뒤 네이비 실 대원들이 헬기에서 내려와 향한 곳은 파키스탄 군사학교에서 불과 100m 남짓 떨어진 한 고급 주택. 5.5m에 이르는 높은 담 위에 다시 철조망이 둘러쳐진 철옹성 같은 주택이었다.

곧이어 주택을 지키고 있던 무장 세력과 대원 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총성이 멎은 것은 약 40여분 뒤. 현장에서는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빈 라덴과 그의 아들 한 1명을 포함한 남자 3명, 여자 1명이 시신이 발견됐다. CNN에 따르면, 빈 라덴 일당은 사망한 여성을 ‘인간 방패’로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총에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평소 이 주택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는 경비원 2명이 지키고 있었고 건물의 3층 베란다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2m짜리 담도 설치돼 있었다. 미국 정보 당국은 작전을 진행하기 전부터 이 호화 주택을 감시해온 미 정보 당국은 집 내부로 연결되는 전화선이나 인터넷 전선이 없다는 사실을 눈여겨봤다. 또 이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쓰레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내부에서 직접 소각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정보 당국은 100만 달러에 이르는 이 호화 단지가 5년 전 테러 지도자를 위해 지어진 것으로 추정했으나, 현 거주자가 빈 라덴이라는 사실은 수개월에 걸친 확인 작업을 거친 뒤에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작전은 미국 정부 내 소수 인사만이 미리 알았을 뿐 파키스탄을 포함한 어느 외국 정부에도 사전에 통보되지 않는 등 고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는 게 미국 측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CNN은 파키스탄 고위 정보 당국자를 인용, 이번 공격이 파키스탄과의 협력하에 이뤄졌으며 현장에 파키스탄 정보부(ISI) 요원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작전을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Navy SEAL)의 소수정예 요원들에게 맡겼으며 리언 파네타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권을 부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