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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2주기의 친노 출정식

namsarang 2011. 5. 28. 21:46

[오늘과 내일/육정수]

노무현 2주기의 친노 출정식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서는 또 한 번 이명박(MB)정부를 강타했다. 집권 첫해인 2008년 100여 일간 계속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못지않은 곤혹스러운 사건이었다. 일부 야당과 반(反)정부 세력은 MB정부를 즉각 ‘살인 정권’으로 낙인찍었다. 그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초기부터 정권 차원의 ‘보복 수사’ ‘표적 수사’로 몰아붙이던 터였다. 서울 도심에는 추모 촛불시위가 다시 등장해 정국을 흔들었다.

親盧세력, 선거 앞두고 ‘봉하마을 결의’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친노 인사들은 23일 노 전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봉하마을에 모였다. 때마침 비까지 내려 추모 분위기를 더욱 북돋우는 듯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추도식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상징 색깔인 노란색 비옷을 입은 친노 인사들은 노란색 나비를 날리는 가운데 “슬픔을 딛고 새로운 다짐을 하자”고 결의했다. ‘새로운 다짐’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野圈)이 단합해 정권을 탈환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종의 선거전쟁 출정식이었던 셈이다.

무엇을 위해 정권을 다시 잡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최우선에 두는 새 정권을 창출하는 데 집권당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다짐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MB정권에 대한 적개심이 기본 바탕을 이룬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MB정부가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2년 전의 기본 인식부터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기록은 노 전 대통령의 사망과 함께 역사의 창고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혐의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지도 못한 채 영구미제(永久未濟)가 됐다. 만약 그가 죽음을 택하지 않았다면 가장 큰 관심사였던 신병처리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구속기소됐을까, 불구속기소됐을까.

대검 중앙수사부는 조카사위를 통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500만 달러를 받은 혐의가 포착된 노 전 대통령을 맨 나중에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너무 빨리 유출돼 보도되는 바람에 그를 먼저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수사 관계자의 얘기다. 무엇보다 주목된 것은 청와대와 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구속기소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최근 필자와 만난 당시 검찰 고위간부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청와대 측도 불구속기소 의견과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라는 청와대 측의 신호가 이 대통령의 뜻일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지 않았다면 결국 불구속기소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의중이 어떤 형태로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이 함구하고 있지만 당시 그런 사실이 알려졌더라면 ‘정치적 개입’ 논란을 불렀을지 모른다.

 

MB정부에 ‘살인정권’ 주장 근거 없다

문제는 의욕적으로 수사를 벌였던 검사들의 강경 자세였던 것 같다. 그러나 검찰 간부는 “설득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 총책임자로서 고뇌의 장고(長考)를 거듭하던 임채진 검찰총장은 불구속기소 쪽이었다고 한다. 김경한 당시 법무부 장관은 “불구속기소 쪽으로 굳어가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확인했다.

그렇다면 ‘보복 수사’ ‘표적 수사’라며 반발하던 친노 세력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창피만 주고 기소단계에서 봐주는 척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론은 가능하다. 하지만 ‘살인 정권’ 운운은 진실과 거리가 먼 정치적 수사(修辭)였다. 친노 세력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권 탈환의 정치적 동력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이제 그만 멈춰야 하지 않을까.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