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으로 쓰인 하느님 말씀 우리는 성서(聖書)와 성경(聖經)이라는 말을 함께 사용한다. 성서는 '거룩한 글(책)', 성경은 '거룩한 경전'이라는 뜻인데, 두 명칭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둘 다 '성령의 감도로 쓰인 하느님 말씀'을 가리킨다.
그런데 공동번역을 사용할 때는 주로 성서라고 했으나, 2005년 새 번역 「성경」 발간 이후 경전(經典)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성경이라고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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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세기께 이집트에서 기록된 후리어 성경사본(Freer Gospels)의 표지 그림. 마태오와 루카 두 사도가 성경을 들고 있다. |
▶1100여 년에 걸쳐 기록돼
성경의 원저자는 하느님이다. 하느님 계시로 하느님을 알게 된 사람들이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베푸신 구원 역사를 성령의 감도를 받아 기록한 것이 성경이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체험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기록한 것이고, 신약성경은 초대교회 공동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체험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성령의 감도를 받아 성경을 기록한 사람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口傳) 단계를 거치다가 글로 쓰이기 시작했고, 글로 쓰인 기간 역시 장구하며, 기록과 편집에 참여한 저자와 편집자 역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약성경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기록했고, 신약성경은 초대교회 공동체 전체가 기록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구약은 기원전 950년께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신약은 기원후 150년께 마무리됐기에 성경은 대략 110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쳐 기록됐다고 할 수 있다.
구약은 솔로몬 임금(기원전 961-922년)이 다스리던 기원전 950년께부터 단편적으로 작성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587-538년 바빌론 유배시기 무렵에 단편적으로 작성된 문헌들이 낱권 책들로 엮어졌다. 이어 기원전 200년께 어느 정도 성경 형태를 갖췄다. 이 무렵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됐다. 이것이 바로 「칠십인역」이다. 물론 구약성경 가운데 가장 후대에 집필된 제2경전 지혜서 같은 경우는 기원전 1세기, 더 나아가 기원전 30년께 기록됐다고도 추정한다.
신약은 기원후 51년 바오로 사도의 테살로니카 1서를 시작으로 기록됐다. 요한계 문헌이 비교적 후대인 기원후 100년 전후에 기록됐고, 베드로 2서는 기원후 100~130년께 기록됐다고 한다.
▶성경은 어떤 과정을 거쳐 기록됐나?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은 6세기에 마호메트가 하느님 계시를 받아 하느님께서 불러주시는 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경은 하느님께서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기록하신 것도 아니고, 어떤 한 사람이 하느님께서 불러주시는 대로 창세기부터 요한묵시록까지 대필한 것도 아니다. 성경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을 거쳐 형성됐다.
구약과 신약 모두 구전→문서화→편집→정경화 과정을 거쳐 오늘의 형태를 갖췄다. 구약의 형성과정은 아래와 같다.
①구전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오랜 세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 과정을 거쳤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과 행적을 후손들에게 이야기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성조들이 어떻게 부르심을 받았는지, 이집트 종살이에서 어떻게 해방됐는지, 약속의 땅에 어떻게 정착했는지 등 그들 역사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했던 사건을 이야기로 엮어 전했다.
②문서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시대를 달리하고 여러 사람들을 거치면서 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전승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원전 950년께부터 하느님의 구원 역사를 글로 작성해 고정하는 문서화 작업을 시작했다.
③편집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글로 작성된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시대를 달리하고 여러 사람들을 거치면서 수집ㆍ정리되는 가감첨삭 편집 과정을 거쳤다. 구전 및 문서 전승을 종합해 하느님 말씀을 정리한 것이다.
④정경화(正經化) 오랜 세월에 걸쳐 글로 기록되고 편집된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바른 경전인지 아닌지 식별하는 정경화(正經化) 작업을 거쳤다. 교회는 하느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책들이 성령의 감도를 받아 쓰인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한 다음 경전으로 받아들였다.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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