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
2000년 약사회 vs 2011년 약사회
일반의약품(OTC)의 슈퍼 판매를 놓고 의약정(醫藥政)이 벌이는 공방에서 11년 전 의약분업 도입 당시가 떠올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정부가 이해집단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검토하다가 대한약사회의 반발에 주춤하고, 대통령이 불만을 나타내니까 다시 추진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00년 7월 의약분업을 시행하기 전에 의료계의 공감과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의료계가 파업을 시작하자 수가를 찔끔찔끔 올리는 식으로 대처해 의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재정부담을 늘렸다.
비판의 화살은 의료계에도 쏠렸다. 의약분업을 실시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뒤에도 이런 저런 요구를 내걸다가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취재기자로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은 의료계의 자세였다. 의약정 또는 의정(醫政) 대화를 하면서 협상에 소홀하거나 절차를 외면한다는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대한의사협회에 의권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라는 산하기구가 있었는데 의협 집행부의 결정과 의약정 합의안을 의쟁투가 뒤집고, 결국 집행부까지 바뀌는 일이 반복됐다.
의약정 합의안에 대한 투표결과를 발표할 때는 전공의 20여 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방해했다. 젊은 의사들이 언론사 카메라를 밀치고 전등을 끄고 책상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던 모습이 생생하다.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건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고 의료계의 권익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는 부족했다.
대한약사회는 대조적이었다. 의약정 합의안에 불만인 회원도 있었지만 과격한 언동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선출한 집행부를 믿고 따르는 편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의약분업을 계기로 약장사가 아니라, 전문직으로서 약사의 위상을 다시 정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사회 집행부가 덧붙였던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의약분업을 안 하면 안 했지, OTC(의 슈퍼 판매)는 때려죽여도 못 받는다.”
당시로부터 11년이 지난 요즘, 약사회는 ‘때려죽여도 못 받는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그러나 실망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기자는 박카스를 약국에서 사먹든, 슈퍼에서 사먹든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구입 장소가 달라진다고 부작용이 커지지는 않으니까. 과연 비아그라와 사후 피임약도 그럴까.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약사회가 제시한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사회는 이익단체다. 회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상식을 지켜야 한다. 사회복지의 증진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야 한다는 점은 약사회 정관(제4조)에도 나와 있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을 취재할 때, 의료계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항의전화나 메일이 쏟아졌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과격하고 저열한 표현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의료계보다 약계에 쓴소리를 더했지만 욕설이 가득 찬 약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다. 약사회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한다.
의료계가 보건의료정책, 구체적으로는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에 반대하는 건 이해할 만했다. 하지만 문제점을 고치고 의료계의 권익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데는 부족했다.
대한약사회는 대조적이었다. 의약정 합의안에 불만인 회원도 있었지만 과격한 언동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자신들이 선출한 집행부를 믿고 따르는 편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약사회 고위 관계자는 “의약분업을 계기로 약장사가 아니라, 전문직으로서 약사의 위상을 다시 정립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약사회 집행부가 덧붙였던 말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의약분업을 안 하면 안 했지, OTC(의 슈퍼 판매)는 때려죽여도 못 받는다.”
당시로부터 11년이 지난 요즘, 약사회는 ‘때려죽여도 못 받는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그러나 실망스러운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기자는 박카스를 약국에서 사먹든, 슈퍼에서 사먹든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구입 장소가 달라진다고 부작용이 커지지는 않으니까. 과연 비아그라와 사후 피임약도 그럴까.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약사회가 제시한 목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약사회는 이익단체다. 회원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상식을 지켜야 한다. 사회복지의 증진과 국민보건 향상을 위해야 한다는 점은 약사회 정관(제4조)에도 나와 있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을 취재할 때, 의료계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항의전화나 메일이 쏟아졌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과격하고 저열한 표현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의료계보다 약계에 쓴소리를 더했지만 욕설이 가득 찬 약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다. 약사회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한다.
송상근 교육복지부 차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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