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음식이야기

<55> 삼계탕

namsarang 2011. 7. 12. 23:57

[윤덕노의 음식이야기]

 

<55> 삼계탕

 

 

역신 쫓는 음식… 현대에 인삼 넣어 고급화

 

 

 

많은 사람이 복날 삼계탕을 찾는다. 아예 보신탕을 제치고 복날의 대표음식이 됐다. 왜 복날 삼계탕을 먹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먹었을까.

삼계탕은 우리 전통음식으로 알고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로 먹으면 더위도 물리쳐 몸에도 좋으니 옛날부터 먹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세시풍속을 적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전통 복날 음식은 삼계탕이 아니라 보신탕과 팥죽이다. 보신탕을 싫어하는 사람은 대신 육개장이나 영계백숙을 먹었다.

복날 닭을 먹기는 했지만 동국세시기를 비롯한 조선시대 문헌에는 삼계탕이라는 단어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선비들이 쓴 문집은 물론이고 음식디미방, 규합총서, 시의전서, 주방문, 부인필지 같은 각종 요리책에도 삼계탕 혹은 계삼탕(鷄蔘湯)이라는 용어가 없다. 음식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닭과 인삼을 함께 요리했다는 기록도 찾기 힘들다.

조선 말기 사상의학을 정립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닭과 인삼을 함께 요리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이질 등의 설사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닭과 인삼을 함께 먹었다는, 드물게 보이는 기록인데 음식이 아닌 치료약으로서의 기록이다.

전통음식으로 알고 있는 삼계탕이 문헌에 없는 이유는 인삼 때문이다. 삼계탕은 문자 그대로 닭에다 인삼과 대추, 마늘 등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지금은 인삼이 비싼 약재가 아니지만 조선시대에 인삼은 매우 귀했다. 함부로 음식에 넣어 먹을 수 있는 식재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삼계탕이 일반화된 것은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인삼 재배가 늘어나 쉽게 인삼을 구할 수 있게 된 이후이니 불과 수십 년 전이다. 삼계탕은 영계백숙이 현대에 들어와 고급화된 음식인 것이다.

시절음식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인삼을 추가해 고급화된 삼계탕이 지금은 보신탕을 대신해 복날의 대표음식이 됐다. 반면 보신탕 혐오인구는 늘고 팥죽도 지금은 동짓날에만 먹으며 육개장은 아예 복날 음식으로서의 위치를 잃었다.

그런데 삼계탕을 포함해 보신탕, 육개장, 팥죽, 영계백숙 등 선조들이 특별히 복날에 먹었던 음식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영양가가 높아서 먹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복날 음식의 기본은 이열치열이다. 여름에는 피부에 열이 몰리는 반면 속은 허해지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먹어 열을 보충해야 한다. 삼계탕, 보신탕, 육개장, 팥죽, 영계백숙 등 고단백의 더운 음식을 먹는 이유다.

또 음양과 오행(五行)이 맞아야 한다. 복날은 쇠(金)의 성질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복날 먹는 음식은 개처럼 불(火)의 성질을 지녔거나 아니면 흙(土)의 성질인 닭에다 인삼을 합해서 쇠의 기운을 이겨내야 한다. 오행으로 따지면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이다.

복날 음식에는 귀신을 쫓는 기능도 있어야 한다. 여름에는 양기가 충만하지만 삼복만큼은 음기(陰氣)가 일어나 숨는 날이다. 그래서 엎드린다는 뜻의 복(伏)날이다. 음기가 일어나니 귀신이 판을 친다. 그러니 귀신이 무서워하는 개, 닭, 팥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복날 움직이는 귀신은 보통 전염병을 옮기는 역신(疫神)이다. 그래서 복날 음식에는 고영양의 더운 음식을 먹고 전염병을 막자는 뜻이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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