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류준식
얼떨결에 맞잡은 인연
하늘이 내게 준 분신이라 믿으며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맹세한
우리는 연리지가 아닌가요.
평생을 살아가며
미안하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말없어도
그마음 먼저 알고 서로가 챙겨줌은
우리라 연리지인 때문입니다.
당신으 날 위해 자길 버리고
나 또한 당신 위해 살아온 세월 속에
눈빛만 보아도 그 마음 세고도 남는 것은
우리가 연리지인 까닭이지요.
한 맘이라 하면서 몰라 하고
한 몸이라 하면서 돌아눕긴 하였지만
미운 정 고운 정 웃고만 날들이 말하듯
우리는 연리지일 겁니다.
당신은 나의 열쇠
나는 당신의 열쇠
서로가 묶이고 매인 몸 되어
서로가 아니고는 꼼짝도 할 수 없음은
우리가 연리지인 까닭이지요.
당신의 아픔이 내 아픔
내 아픔이 당신이 아픔 되어
절절이 절여와 기 가슴 쓸어내림은
우리가 연리지인 까닭입니다.
당신 하나 채우고 남음 없는 내 가슴
당신 하나에게 바치고 남음 없는 내 사랑
이 세상 다 없어도 당신 하나 있다면
내 삶이 다하도록 외롭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는 분명 연리지이지요.
리허설 없는 한 번 뿐인 생
아낌없이 얹어 주고 얹어 받아
두 손 잡고 함께 한 날들 앞에
오늘도 감사하며 달려가는 한 수레 두 바퀴
우리는 분명 연리지일 겁니다.
당신 없는 나 무엇이며
나 없는 당신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둘이면서 하나인 두 몸에 한 머리
한 몸에 두 머리 이상한 사람
우리는 분명 연리지이지요.
당신 있어 나 외롭지 않고
나 있어 당신 두렵지 않다면
하늘이 짝지어준 인연과 우리가 만든 인연 속에
다시 피어낸 한 송이 아름다운 꽃과 나무
우리는 분명 연리지입니다.
서로가 아니면 벗을 수 없는 제 눈에 안경을 씌워주고
서로가 아니면 벗을 수 없는 제 맞춤의 옷을 입혀주고
칼로써 물을 베듯 누구도 나눌 수 없는
'부부'라는 사랑의 한 이불로 다시 태어난 우리는
이 세상 둘도 없는 연리지랍니다.
운주산 연리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