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이야기

(8) 여호수아의 하느님

namsarang 2011. 8. 8. 11:27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

(8) 여호수아의 하느님

   약속의 하느님, 구원의 하느님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일, 후계자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모세는 후계자를 잘 선정했던 것 같다. 자신이 못다한 일을 후계자 여호수아가 이뤄냈기 때문이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장면은 민수기 27장에 나온다.

 "모세는 주님께서 자기를 통하여 이르신 대로, 그에게 자기 손을 얹고 그를 임명하였다"(민수 27,23).

 모세는 훌륭한 지도자였지만 끝내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하느님을 불신하는 백성들이 있어 하느님 영광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나를 믿지 않아 이스라엘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나의 거룩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내가 이 공동체에게 주는 땅으로 그들을 데리고 가지 못할 것이다"(민수 20,12).

 모세로서는 참 억울할 법한 상황이다. 지도자란 이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며 어려움을 겪는 자리다. 마지막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져야 하기에 굉장히 고독한 자리이기도 하다.

 모세 후계자 여호수아는 아말렉족과 전쟁에서 전투를 지휘할 장군으로 발탁됐다. 이는 탈출기 17장에 언급된다. 모세가 팔을 들어 하느님께 기도하면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이 승리하고 모세가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우세했다고 전하고 있다.

 때문에 아론과 후르는 모세가 팔을 내리지 못하도록 모세 팔을 받쳐 여호수아가 승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상징적 이야기다. 어떤 것을 이겨내는 것은 개인적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 도움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도의 힘이 곧 하느님의 힘이고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려준 것이다.

 **모세 후계자 여호수아

 여호수아의 이름은 원래 호세아였는데 모세가 여호수아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여호수아는 '하느님은 구원이며 우리의 도움이시다'는 뜻이다. 예수님 역시 '주님께서 구원하신다'는 뜻으로 여호수아는 예수님 모습을 미리 보여준 것과 같다.

 여호수아는 모세에게 하느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고 들어가라는 중대한 사명을 받는다. 하느님께서 여호수아를 인정해주신 것이다.

 "나의 종 모세가 죽었다. 그러니 이제 너와 이 모든 백성은 일어나 저 요르단을 건너서,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주는 땅으로 가거라. 내가 모세에게 이른 대로, 너희 발바닥이 닿는 곳은 다 너희에게 주었다. …오직 너는 더욱 더 힘과 용기를 내어, 나의 종 모세가 너에게 명령한 모든 율법을 명심하여 실천하고,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그러면 네가 어디를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여호 1,1-9).

 여호수아는 결국 가나안땅 정복을 실현한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과 모세에게 약속하셨던 것이 이뤄진 셈이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호수아가 가나안땅 전체를 정복한 것은 아니었다. 정복하지 못한 땅도 남아 있었다. 하느님께 약속받은 땅은 주어진 것이면서도 우리가 우리 노력으로 정복해야 하는 이중성을 지닌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은총을 주시지만 항상 우리 협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느님께서 약속한 땅에 이민족들이 남아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판관기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저희 조상들처럼 주님의 길을 명심하여 따라 걷는지 따라 걷지 않는지, 그 민족들을 통하여 시험하시려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 민족들을 곧바로 쫓아내지 않고 남겨 두셨으며, 그들을 여호수아의 손에 넘겨주지 않으셨다"(판관 2,22-23).

 여호수아는 하느님 도움을 여러 차례 받는다. 먼저 요르단 강물이 계약의 궤 앞에서 끊어진 사건이다.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의 궤를 멘 사제들이 요르단강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강 언덕까지 물이 차 있었는데 궤를 멘 사제들이 요르단강 물가에 발을 담그자 흐르던 물이 멈추고 물이 완전히 끊겨 마른 땅이 됐다. 이스라엘 백성이 다 건널 때까지 물은 흐르지 않았다.

 또 전쟁 중에 태양이 멈춘 사건도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아모리족과 싸울 때 여호수아는 '해야 기브온 위에 달아 아얄론 골짜기 위에 그대로 서 있어라'고 외쳤다. 이스라엘 백성이 원수들에게 복수할 때까지 해와 달은 그대로 멈춰 있었다. 여호수아가 믿는 하느님은 천체까지도 조정하시는 능력의 하느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이스라엘의 하느님으로

 여호수아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사건은 스켐 대집회다. 여호수아는 죽음을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모두 스켐에 모이게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만일 주님을 섬기는 것이 너희 눈에 거슬리면, 너희 조상들이 강 건너편에서 섬기던 신들이든, 아니면 너희가 살고 있는 이 땅 아모리족의 신들이든,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 나와 내 집안은 주님을 섬기겠다"(여호 25,15).


 여호수아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모두 이집트 탈출을 체험하고 하느님을 체험한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여호수아는 하느님을 체험하지 못한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하느님을 섬길 것인지를 물어본 것이다.


 백성들은 여호수아 제안에 "이집트에서 끌어내 주시고 가나안땅에 정착케 하신 주님을 섬기겠다"고 대답한다. 이에 여호수아는 백성들과 계약을 맺고 기념비를 세운다. 이때서야 비로소 하느님은 완전하게 이스라엘 12부족의 하느님으로 공인된 것이다.


 하느님을 체험하지 못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을 이스라엘의 하느님으로 받아들이도록 한 것이 여호수아의 업적이다.   정리=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조규만 주교의 하느님 이야기'는 평화방송 라디오(FM 105.3㎒)에서 매 주일 오후 6시 5분에 방송되며, 평화방송TV에서는 매주 화요일 오전 8시(본방송), 수요일 새벽 4시와 저녁 9시, 금요일 오후 4시, 주일 오후 6시에 재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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