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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끝내기 홈런, 오카다의 한을 풀어줬다

namsarang 2011. 8. 15. 18:57

 

이승엽 끝내기 홈런, 오카다의 한을 풀어줬다

 

스포츠조선 | 김남형 | 입력 2011.08.15 17:08

 

 

극적인 홈런에는 사연이 있다. 한신 사령탑 시절 '요미우리 이승엽'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오릭스 오카다 감독(왼쪽)이 이번엔 이승엽 덕분에 한껏 웃었다. 이승엽이 14일 세이부전에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기 때문. 사진은 지난달 6일 라쿠텐전에서 이승엽이 홈런을 치고 돌아오자 오카다 감독이 반기는 모습. 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오래 걸렸다. 오릭스 이승엽이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과의 무언의 약속을 지키며 그를 활짝 웃게 만들었다.

이승엽은 14일 세이부와의 홈게임에서 연장 10회에 끝내기 우월 2점홈런을 쏘아올렸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은 맥빠진 경기를, 일순간에 극적인 승리로 이끈 홈런이다. 그 누구보다도, 덕아웃의 오카다 감독이 환하게 웃었다.

이번 끝내기 홈런은 이승엽의 일본 진출후 세번째 기록이다. 물론 이승엽의 성적은 여전히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의 한방은 단순 타율과 홈런수를 떠나 이승엽이 왜 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지를 증명한 샷이었다. 게다가 이승엽은 오카다 감독과 끝내기 홈런에 얽힌 인연이 있다.

오카다 감독은 과거 한신에서 사령탑을 역임했다. 연간 관중수에서 요미우리를 넘어설 만큼 인기 있는 한신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오카다 감독은 끝내 요미우리란 벽에 부딪혀 사퇴했었다. 당시 이승엽이 요미우리 소속이었다.

2006년 이승엽은 8월1일 한신과의 도쿄돔 경기에서 이가와 게이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그때 반대편 덕아웃의 오카다 감독은 속이 쓰렸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승엽은 유독 한신과의 경기에서 좋은 타구를 많이 쏘아올리곤 했다. 지난 2008년에는 요미우리가 7월까지 한신에 무려 13게임차로 뒤져있다가 대역전극을 펼쳤는데, 이승엽이 막판에 팀에 큰 보탬이 됐다. 그해 10월8일 요미우리가 한신을 밀어내고 단독 1위에 올라서던 날, 이승엽이 결승타를 기록했다. 어이없게 13게임차 대역전극을 허용한 오카다 감독은 결국 한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이승엽에 대한 오카다 감독의 강렬했던 기억은 5년이 지나도 남아있었다. 지난 2월 오릭스 전훈캠프에 참가한 이승엽은 오카다 감독과 따로 식사를 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이승엽은 당시 "감독님이 내가 (요미우리 시절) 한신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 얘기를 했다. 홈런 치기 직전에 슬라이더 하나가 들어왔었다. 볼이 선언됐다. 오카다 감독님은 그걸 기억하시고 '그때 슬라이더는 낮은 쪽 스트라이크 아니었냐'면서 웃으셨다"고 밝혔다. 그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면 홈런은 없었을 거라는 오카다 감독의 조크였다.

오카다 감독이 본인에게 뼈아팠던 홈런 순간을 굳이 언급한 건, 사석에서 첫 대면하는 이승엽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였을 것이다. 한편으론, 그때와 같은 활약을 오릭스에서 해줄 것을 이승엽에게 당부한 셈이다.

14일의 홈런은 바로 이같은 사연 덕분에 오카다 감독에게 더욱 큰 기쁨이 됐을 것이다.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카다 감독은 경기 직후 "이 홈런은 크다"라고 말했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릭스는 소중한 1승 덕분에 같은 날 승수를 추가한 지바 롯데와의 1게임차 거리를 유지하며 퍼시픽리그 3위를 지켰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