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좋은글

날마다 좋은 날

namsarang 2011. 8. 20. 16:02

[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

 

날마다 좋은 날

 

 

 

통기타 원조라 불리는 가수가 텔레비전에 출연했습니다. ‘언제나 웃는 멋쟁이’라는 노랫말처럼 자주 웃으며 그는 자신이 살아온 음악 인생에 대해 술회했습니다. 너무나 가난했던 젊은 날,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거리에서 노숙하던 시절을 회상하면서도 그는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환갑이 지난 지금도 날마다 연습실에 나가 음정과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되풀이한다는 그는 자신이 살아낸 인생의 고난을 간단명료하게, 그리고 흔쾌히 규정했습니다. “나쁜 것은 다 좋은 것이다!”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북방 국경 근방에 점을 잘 치는 노인이 살았는데 어느 날 그가 기르던 말이 집을 뛰쳐나가 도망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노인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도망갔던 말이 다른 좋은 말 한 필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축하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이것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말 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아들이 새로 생긴 좋은 말을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이번에도 노인은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고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1년 뒤 오랑캐가 쳐들어와 장정이 모두 전쟁터로 나가 전사했지만 노인의 아들은 다리를 절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것이 영원히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영원히 나쁜 것이 아님을 일깨우는 예화는 숱하게 많습니다. ‘어지러운 세상이야말로 좋은 세상’이라는 조주선사의 가르침이나 ‘모든 역경의 한가운데 기회의 섬이 있다’는 미국 격언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내 인생이 결코 행복과 불행으로 규정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님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팔순이 넘은 철학자가 인생의 말년에 출간한 책에서 당나라 명승 운문대사의 ‘날마다 좋은 날(日日是好日)’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인생의 올바른 자세를 일깨웁니다. 그가 권하는 세 가지 삶의 자세는 낙천인(樂天人), 낙생인(樂生人) 낙업인(樂業人)입니다. 즉, 자연과 생명에 대한 긍정과 외경, 인생에 대한 감사와 어울림, 주어진 일에 대한 보람과 기쁨입니다. 24시간 단위로 되풀이되는 인생, 우리는 제대로 긍정하지도 못하고 감사하지도 못하고 어울리지도 못하고 보람과 기쁨을 느끼지도 못한 채 불만과 불평을 늘어놓으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점점 더 옹졸하고 옹색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평생 기타 치고 노래하며 모든 것과 통하는 열린 마음을 얻은 가객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고 일깨웁니다. 춥고 배고픈 노숙의 와중에도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고 먼 길 걸어오며 세상에 나쁜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터득했으니 웃는 일 말고 달리 더 무엇이 필요할까요.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날마다 연습하고 노래하는 근면성실한 삶에서 우리는 단조롭고 단순한 되풀이 속에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음을 눈치 채게 됩니다. 자전과 공전의 무한 되풀이 속에서 우주 삼라만상의 전체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얕아 잔꾀 부리는 마음, 늘 새롭고 화려한 것을 좇는 허황한 마음, 묵묵히 자전하고 공전하는 자세로 깊이 반성해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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