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가르침)

(14) 성령

namsarang 2011. 9. 13. 22:33

[재미있는 가톨릭 교리]

(14) 성령

교회와 인간을 하느님께로 인도


▶성령


 성령은 성부와 성자의 영(靈)으로서 성부와 성자와 한 몸을 이루고 삼위일체 하느님의 한 위격(位格)을 이루신다. 성령은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시고 성부와 성자와 더불어 영광과 흠숭을 받으시며' 교회와 인간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성화하신다. 성령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며 성화하시는 영이다. 성경은 하느님 영을 루아흐(ruah), 곧 입김ㆍ숨ㆍ얼 등으로 표현하고, 물ㆍ불ㆍ바람ㆍ비둘기 등 상징으로도 표현한다. 성경에서 하느님 영은 하느님 현존과 역사(役事)를 나타낸다.


 하느님 영은 한처음부터, 곧 세상과 인간이 생길 때부터 존재했다. 세상과 인간이 창조되기 전, 한처음에 하느님 영이 감돌고 있었고(창세 1,2), 하느님께서 흙 먼지로 최초의 사람을 빚으시고 그의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자, 사람이 생명체가 됐다(창세 2,7).
 
 ▶예수님과 성령


 예수님께서는 전 생애 동안 성령과 함께하셨다. 예수님은 성령의 힘으로 마리아께 잉태되셨다. 세례자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느님 영이 비둘기처럼 내려와 그분 위에 머무셨으며, 하늘에서 하느님 아들이라고 선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수님은 성령의 인도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 나가 악마 유혹을 이기셨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고 악마 유혹을 이기신 다음 악마 지배를 몰아내고 하느님 다스림을 현재화하는 활동적 영의 현존을 체험하셨다. 예수님은 나자렛 회당에서 이사야서 말씀을 통해 성령을 받아 기쁜 소식을 전하고 구원 행적을 베푼다는 사실을 선언하셨다. 이러한 성령의 힘으로 예수님은 공생활 내내 복음을 선포하셨고 많은 기적을 베푸셨으며 마귀를 쫓아내셨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하실 때 성령을 보호자, 진리의 영이라 부르면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겠다고 약속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하고 말씀하셨고, 승천하고 현양된 다음에는 약속한 대로 제자들에게 성령을 보내주셨다.
 
 ▶성령의 은사


 성령께서는 개인이나 공동체에 각자가 필요로 하는 은사를 그에 맞갖은 형태로 다양하게 내려주신다. 성령의 은사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일곱 가지 은혜와 아홉 가지 열매를 들 수 있다. 흔히 '성령칠은'이라고 일컫는 성령의 일곱 가지 은사는 슬기(지혜), 깨달음(통찰), 일깨움(의견), 앎(지식), 굳셈(용기), 받듦(공경), 두려워함(경외)이고,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이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1서 12장에서 은사는 여러 가지이지만 은사를 베푸는 분은 같은 성령이시고, 은사는 모두 공동선을 위한 것이며,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사를 주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는 한국교회에서도 성령과 그분 은사를 잘못 이해하고 남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에 대한 지침을 제시, 성령과 그분 은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신앙교리위원회는 성경과 교회 가르침, 영적 식별 경험에 근거해 은사 식별 기준을 일곱 가지로 제시한다. 성령의 은사는 첫째, 공동선을 위해 주어진다. 둘째, 자신의 이익이나 명예가 아니라 사랑을 위해 사용된다. 셋째, 성령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인도한다. 넷째, 다툼과 분열이 아니라 일치와 화합을 도모한다. 다섯째, 교회 교도권과 그 권위에 순종하도록 이끈다. 여섯째, 자기 자랑이나 교만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으로 남을 자신보다 낫게 여기게 한다. 일곱째, 인간 이성을 무시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이성의 도움을 받아 신앙의 진리를 이해하도록 한다.
 
 ▶성령 강림 대축일


 성령 강림 대축일은 오순절에 기원을 둔다. 오순절은 본래 봄에 보리와 밀을 수확하고 나서 감사를 드리는 추수 감사제로, 가나안의 농경 축제였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에 정착한 이후에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십계명을 비롯한 율법을 받은 날로 기념했다. '파스카 축제' 첫 날부터 오십 일째 되는 날에 지냈기에 오순절이라고 불렀다.


 예수 그리스도 제자들은 이 오순절에 성령을 받은 다음 복음을 만방에 선포하기 시작했다. 이에 교회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성령 강림 사건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재현하며 성령의 보호와 은총을 청하는 대축일로 기념한다.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 성모 마리아와 열두 제자들 앞에 비둘기와 혀의 형상으로 나타난 성령을 그린 '성령 강림'(앙리 & 앙투안 시빌 작, 17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