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116) 마음 돌아선 남편

namsarang 2011. 9. 19. 23:43

[아! 어쩌나?]

 

(116) 마음 돌아선 남편




Q. 마음 돌아선 남편

 제 남편은 영세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입니다. 영세 후 처음엔 열심히 성당을 다녀서 신자들이 모두 "자매님 남편은 수도자가 될 사람인데 결혼한 것 같아"하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는 성당에 나가지 않더니 이제는 저 보고도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심지어 점집을 찾기도 합니다. 제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매일미사를 하고 묵주기도를 해도 자기 사업이 좋아지지 않아서라고 합니다. 믿음을 갖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무엇이든 다 들어주신다고 해서 세례를 받은 것인데 아무리 기도해도 돈이 벌리지 않으니, 차라리 용한 점집이나 다니겠다고 말합니다.
 

 남편이 왜 이러는 걸까요? 저는 우리 가정을 기도하는 성가정으로 만들고 싶은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A. 남편의 문제는 '비현실적 낙천주의자'라는 것입니다. 낙천주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비현실적 낙천주의와 현실적 낙천주의입니다.
 
 
 비현실적 낙천주의란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늘 하느님 축복을 받고 은총을 얻으며, 인생에서 아무런 역경도 당하지 않지만 나쁜 짓을 한 사람은 벌을 받고 실패한 인생을 살 것이라는 초등부 주일학교 교재에 나오는 낮은 수준의 신앙관을 말합니다.
 

 이런 신앙관을 가진 사람들은 기도만 하면 무엇이든 이뤄진다, 믿음만 가지면 어떤 어려움도 닥치지 않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등의 비현실적 믿음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삽니다. 또 기도의 양만큼 축복을 받을 것으로 생각해 많은 기도를 바치기도 합니다.
 

 물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고 기도하면 긍정적 경험을 할 가능성이 크고, 베푼 대로 보상을 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이런 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깊은 신뢰의 대상이 되기에 원만한 사회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사가 우리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아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고, 범죄자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현실은 그렇게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사가 다 공정해야 한다는 믿음, 비현실적 낙천주의 신앙관을 갖고 살게 되면 공정성의 함정에 빠집니다. 즉, 삶은 늘 공정해야 한다는 비현실적 환상에 사로잡혀 마음에 상처를 입고 또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아 괴로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집착은 신앙이 일종의 병적 콤플렉스로 변종화했기 때문에 생깁니다. 이런 신앙관을 가진 분들은 늘 주님 뜻대로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하느님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유아적 행위를 반복합니다. 이런 분들은 마태오복음 15장 21-28절에 나오는 가나안 여인에 대한 복음을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나안 지방 여인이 주님께 딸의 병을 고쳐달라고 청하자 주님께서는 아주 모욕적인 대답을 하십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어쩌면 인종차별주의보다 더 심한 폭언을 하신 것인데 이에 대한 여인의 대답이 우리에게 묵상거리를 제공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결국, 주님으로부터 믿음이 큰 여인이란 칭찬을 얻어낸 이 여인의 신념은 현실적 낙천주의입니다. 현실적 낙천주의란 이 여인처럼 삶이 공정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누구라도 세상을 사는 동안에는 시련과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염세주의에 빠지지는 않는 것을 말합니다.
 

 현실적 낙천주의자들은 믿음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있어서 웬만한 역경에서도 쉽사리 하느님 손을 놓지 않습니다. 여인은 딸의 고통을 보면서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하느님이신 주님께 믿음을 갖고 청합니다. 그리고 주님으로부터 자신의 믿음이 거절당했음에도 포기하거나 분노하면서 멀어지지 않고 그래도 주님에 대한 신뢰심을 마음으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주님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냅니다.
 

 자매님 남편이 신앙생활을 통해 무언가 얻으려면 이 가나안 여인처럼 신앙관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말씀드리자면 세상사가 때로 이치에 맞지 않게 돌아가고 때로는 부정적 상황이 끈덕지게 물러서지 않을 때, 그래서 세상 돌아가는 방식을 믿을 수 없고 그런 세상을 자신이 변화시킬 힘이 없음을 인지했을 때일수록 하느님께 대한 더 깊은 신뢰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긴 안목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리고 하느님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신앙인의 길을 갈 때 험한 길이 끝나고 평지의 평안함을 얻는 은총을 갖게 됩니다. 기도해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가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에 접어들면 그 길의 끝자락이 어떠할지 알 수가 없으니 인생길 선택할 때 신중해야 할 일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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