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산, 시민단체 아닌 시민에게 돌려주라
기사입력 2012-02-09 03:00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말 이 건물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숙원 사업인 민주화운동기념관이 들어서도록 하는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박 시장이 시민단체들에도 건물을 무상에 가까운 조건으로 빌려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시민운동가 출신인 박 시장이 건물을 시민단체들에 내준다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시의 재산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따를 것이다. 시민단체들도 서울시 소유 건물을 좋은 임대 조건으로 사용하게 되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시민운동의 기본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권력이나 관청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시민단체는 관변단체에 불과하다. 가뜩이나 정치에 나서는 시민단체 출신이 많아 시민단체가 정치인 양성소라는 말이 나온다.
옛 중앙정보부 건물을 허물고 남산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중앙정보부의 민주화운동 탄압과 인권유린의 역사를 남기려면 기념비 같은 걸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남산 경관을 해치는 낡은 건물들을 보존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남산은 최대한 본래 모습을 되살려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서울시는 1990년대부터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1994년 철거한 남산외인아파트 자리에는 아름다운 야외식물원이 생겼다. 수도경비사령부 자리에는 남산골 한옥마을이 조성돼 국내외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창덕궁과 종묘에서 시작해 청계천 세운상가와 남산을 거쳐 용산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장충동의 리틀야구장과 테니스장, 국궁(國弓)터인 석호정의 이전 및 철거를 추진했지만 박 시장 취임 후 리틀야구장만 이전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남산을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은 넓은 안목으로 봐야 한다. 수도 한복판에 자리한 남산을 서울의 환경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권력기관들이 야금야금 파먹은 남산의 흉터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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