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
제19대 국회에 바란다
기사입력 2012-04-12 03:00:00
말 많고 치열했던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와 낙선자의 희비가, 또 승리한 정당과 패배한 정당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승자든 패자든 국민의 엄중한 심판과 냉정한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첫째는 이번 총선의 54.3%(잠정치)의 낮은 투표율이다. 12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 정당 지도부의 열정적 선거 지원, 뜨거운 정치쟁점의 난무 그리고 복지논쟁 등의 민생문제가 이번 총선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에 비하면 투표율이 상당히 저조한 편이다. 총선 투표율이 최하를 기록했던 제18대 총선의 46.1%보다는 높았으나 제16대 총선거의 57%보다는 낮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최근 들어 나타나는 낮은 투표 참여 현상은 무엇보다도 정치에 대한 불신, 냉소, 거부감, 무력감 등으로 인한 정치적 무관심의 증대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는 국민들이 어느 정당에도 완승완패를 판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선거 시작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야당의 완승이 예상됐지만 선거가 임박하면서 판세는 변화되고 결과는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는 오묘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어느 누구도 승자로서의 공치사와 패자로서의 변명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정권에 대한 심판을 하면서도 무책임한 비판과 과격행동을 견제했고 편향적 이념갈등과 당리당략의 정쟁에 대해 경고를 보낸 것이다. 앞으로 어느 쪽이든 과거의 오만과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최종 판결이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월 1일 개원할 제19대 국회는 제18대 국회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제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院) 구성부터 지연됐고 장기적으로 공전했으며 매년 정부 예산안 처리는 여당 단독처리로 끝났고 미디어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의 각종 정치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몸싸움은 물론이고 책상과 의자, 바리케이드, 해머와 전기톱, 소방호스와 소화기 그리고 최루탄 투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막장 국회였다. 제18대 국회가 그동안의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기 위해서는 남은 임기 동안 산적한 계류 법안들을 잘 처리해서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정치적 쟁점과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으로 제18대 국회는 여전히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
제19대 국회가 달라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 우선 여야 할 것 없이 ‘쇄신공천’ 또는 ‘공천혁명’을 통해 많은 정치인들을 물갈이하고 신인들을 내세움으로써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노력, 그리고 국민복지와 민생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강정책들이 과거의 첨예한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적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앞에서 언급한 국민적 심판과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여 민생 해결을 통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여 12월 대선의 승리를 꾀하려는 노력도 있을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민의 다양한 이익과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대화와 설득으로 상호간의 차이를 극복하고 합의를 이룸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통합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다수라고 하여 강행처리하고 소수라고 하여 과격 투쟁하는 곳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을 대표하여 국정을 돌보는 사람이지 지역일꾼이 아니며 정파나 당파의 병사들도 아니다. 제19대 국회는 상식이 통하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전 한국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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