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5 23:00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풍기가 애용됐다. 전력 소비가 에어컨의 30분의 1에 지나지 않아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1882년 토머스 에디슨은 전기 모터로 날개를 돌려 바람을 불어내는 선풍기를 발명했다. 스위치만 켜면 더위를 식혀주어 편리했지만, 날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아주 위험했다. 1909년 독일 가전회사 AEG의 디자인 책임자 피터 베렌스는 날개에 철사 보호망을 씌워 안전성을 높였다. 그 이후 100여 년간 날개를 돌려 바람을 보내는 방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 멀티 에어 플라이어… 제임스 다이슨 경이 디자인(2009년)한 날개 없는 선풍기. 대형모델 무게 1.82kg, 크기 547ⅹ356ⅹ152㎜.
2005년 영국 가전회사 다이슨(Dyson)의 회장인 제임스 다이슨 경은 '날개 없는 선풍기'라는 기발한 착상을 했다. 산업디자이너 출신인 다이슨 경은 1990년대에 이미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하여 억만장자가 된 경험을 살려 새로운 선풍기 개발에 몰두했다. 2009년 10월, 다이슨은 '멀티 에어 플라이어'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모터가 돌면서 빨아들인 공기를 제트기류로 만들어 일반 선풍기보다 15배나 많은 1초당 405L의 바람을 일정한 속도로 배출한다. 일반 선풍기에 비해 체감온도가 훨씬 낮고, 40W 모터를 사용하여 소비 전력이 낮아 경제적이다. 특히 구조가 단순하여 안전하고 청소하기 편하고, 바람의 세기·방향·각도 등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2009년 타임지가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했고, 2010년 일본 '굿 디자인 대상(大賞)'을 탄 이 제품은 32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하지만 중국산 짝퉁 등 싸구려 모방 제품들이 범람함에 따라 다이슨은 법적 대응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우리 특허심판원은 이 제품이 국내 특허권을 획득하였으므로 권리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판결로 짝퉁 수입에 제동을 걸었다. 소중한 지식자산을 훔치는 '지적(知的) 해적질'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