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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만 헤엄쳐… 24년 만에 금메달(임우근)

namsarang 2012. 9. 7. 10:56

 

팔로만 헤엄쳐… 24년 만에 금메달

  • 최수현 기자
  • 입력 : 2012.09.07 00:07

    지체 장애 임우근 평영 100m 감독에 금도끼 선물하며 "새기록 찍겠다"던 약속 지켜

    임우근(25·사진)이 런던 패럴림픽에서 한국 수영에 24년 만의 금메달을 안겼다.

    임우근은 6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올림픽파크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수영 남자 평영 100m SB5(지체 장애 5등급) 결선에서 1분34초0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독일의 니엘스 그루넨베르크(1분34초98)에게 0.92초 앞섰다. 1988년 김종우(남자 배영 200m) 이후 수영에서 처음 나온 금메달이다.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으로 하체를 쓰지 못한 임우근은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고 팔로만 헤엄쳤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우고도 4위에 그친 그는 "다시는 참가에만 의미를 두는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스스로 한 말을 지킬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모가 모두 지체 장애인인 그는 어려서부터 일반학교에 다녔다. 고2 때 다리 수술을 한 뒤 재활을 위해 처음 수영장을 찾았다. 어릴 적 형이 장난으로 물을 뿌리는 걸 피하다가 넘어져 머리를 다친 적이 있을 정도로 물을 무서워했던 그는 유아 풀에서 걷기부터 시작했다. 수영을 배운 지 한 달 만에 나간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두 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임우근은 양쪽 레인 끝에 '하나씩! 무서워 하지마. 늘 이기는 건 너잖아'라고 쓴 화이트보드를 세워놓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5월 스승의 날엔 조순영 대표팀 감독에게 '모형 금도끼'를 선물하며 "새 기록을 찍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대회 결승을 앞두고 대기실에서 혼자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박수를 치면서 다른 선수들의 기를 눌렀다"고 했다.

    임우근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장애가 없는 사람보다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절대 지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