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이 주님의 집 지은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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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루살렘 모리야 산 위에 세워진 이슬람 황금돔 안에는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려고 사용한 제단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
'모리야'라는 지명은 성경에 단 두 번 등장한다. 그런데 모리야는 성경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장소다. 모리야는 이스라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하느님 말씀에 따라 외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있은 뒤,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시험해 보시려고 '아브라함아!' 하고 부르시자, 그가 '예,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아들, 네가 사랑하는 외아들 이사악을 데리고 모리야 땅으로 가거라. 그곳, 내가 너에게 일러 주는 산에서 그를 나에게 번제물로 바쳐라"(창세 22,1-2). 여기서 모리야가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번제'는 제물을 불에 태워서 드리는 제사를 뜻한다. 구약의 번제는 가축 중에서 소나 양, 염소 따위를 잡아 제단에다 피를 뿌리고 내장을 모두 빼내고 가죽을 벗긴 다음 제단 위에 올려놓고 불에 태워 그 연기가 위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다(레위 1,3-9). 성경에서는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사악을 번제로 드리기 위해 죽이려는 순간 천사가 아브라함을 막는다. "천사가 말하였다. '그 아이에게 손대지 마라. 그에게 아무 해도 입히지 마라. 네가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나를 위하여 아끼지 않았으니, 네가 하느님을 경외하는 줄을 이제 내가 알았다'"(창세 22,12).
모리야는 솔로몬과 관련해 성경에 한 차례 더 언급된다. 솔로몬이 왕위에 올랐을 때 그는 수도를 확장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북쪽 언덕, 곧 옛 오르난의 타작마당 위에 궁전과 성전을 세우려 했다. "솔로몬은 예루살렘 모리야 산에 주님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곳은 주님께서 그의 아버지 다윗에게 나타나신 곳으로서, 본디 여부스 사람 오르난의 타작마당이었는데 다윗이 집터로 잡아 놓았다"(2역대 3,1). 솔로몬은 페니키아인들의 도움으로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웠다. "이스라엘 자손들이 이집트 땅에서 나온 지 사백팔십 년,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지 사 년째 되던 해 지우 달, 곧 둘째 달에 솔로몬은 주님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1열왕 6,1).
역사적으로 예루살렘 성전은 구약시대의 솔로몬 성전, 즈루빠벨 성전, 헤로데 성전 등 3개가 건축됐다. 그리고 이 성전들은 모두 같은 자리에 세워졌다. 첫 번째 성전인 솔로몬 성전은 다윗왕의 아들 솔로몬에 의해 기원전 968년에 착공돼 기원전 961년에 완공된 것으로, 위치는 다윗왕이 환상에서 보았던 예루살렘 동쪽 모리야 산이었다. 전설에는 이 바위가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던 제단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다윗이 준비해 둔 금과 일부의 건축재료 외에 레바논에서 향백 재목를 공급받아 티로 왕 히람이 보낸 건축 기술자들과 3만 명의 이스라엘 인부들에 의해 건축됐다. 솔로몬 성전은 완공 이후 400년 동안 이스라엘의 종교와 생활의 중심으로 성역화됐으나 기원전 586년 신바빌로니아 네부카드네자르 왕의 예루살렘 침략 때 파괴됐다.
이스라엘 성지의 중심이 되는 이곳에 역사의 변화 속에서 지금은 '바위사원'이라 불리는 이슬람 사원이 세워져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황금색 돔으로도 유명한 이 건물은 팔각형으로 웅장하게 지어져 있고 그 안에는 엄청나게 큰 바위가 있다. 무슬림은 이 바위를 딛고 마호메트가 하늘로 승천했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무슬림은 예루살렘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이슬람의 3대 성도로 여기고 있다.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홍보국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