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236.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런가요?

namsarang 2014. 5. 10. 15:36

[아! 어쩌나] 236. 동방예의지국이 왜 이런가요?

홍성남 신부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Q. 저는 해외에 살고 있는 청년입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제가 사는 나라의 사람들로부터 부러움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어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이곳에도 한류 열풍이 불어서 어린아이들이 우리나라 가수들 이름을 다 외울 정도이고 그런 한국의 모습이 자랑스러운 반면에 언론에 보도되는 우리나라 사회는 분열이 심한 나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살다온 사람들은 이렇게 힐난합니다. 너희 나라 사람들은 왜 그리도 급하냐? 왜 그렇게 욱하냐? 왜 외국인들을 함부로 대하냐? 유럽 사람들을 비롯한 백인들 앞에서는 쩔쩔매면서 왜 가난한 외국인들을 함부로 무시하냐? 너희 나라 사람들은 왜 그리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고 살고 왜 남의 일에 그렇게 잔소리를 하고 뒷전에서 흉을 보는 것이냐?…. 우리나라의 이런 단점에 대한 지적을 받을 때는 제 마음이 많이 불편합니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사는 것인가요?

 

 A.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여러 가지 정서적 문제를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 어떤 나라나 민족도 단점이 없는 데는 없습니다. 소위 예의를 잘 지키는 일본은 지금도 정치인들이 우익 망언을 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파렴치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규칙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독일인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들입니다. 또한 유럽 열강들은 우리가 이미 알다시피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해 피비린내 나는 살육을 감행한 역사를 가진 나라들입니다. 미국 역시 프란치스코 새 교황님께서 지적하신 바 있듯이 남미에서 잘못을 저지르는 과오를 범한 나라이고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말처럼 모든 나라가 나름의 과오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민족이 아닙니다. 비록 민족 분단 상황이지만 갈라진 그 상황에서 자원도 별로 없는 열악한 현실에서도 세계의 주목과 질시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으니 정말로 대단한 민족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형제님이 민족적 열등감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정서적 문제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해 숙고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동방예의지국이란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에 집착하는 심리가 지금 우리나라의 정서적 부작용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내사'(內射)란 용어가 있습니다. 이 내사가 바로 우리 민족이 진정한 의미의 동방예의지국이 아닌 짝퉁 지국을 만들게 한 주범이란 것입니다. 심리학자 펄스는 내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외부에서 오는 것들을 받아들여 성장하는데 외부에서 오는 것들은 마치 이빨로 음식을 잘게 부수어야 소화가 잘되듯이 심리적인 치아 공격성으로 즉 비판하고 곱씹어 생각해보는 심리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몸에 좋다고 좋은 책이고 좋은 말씀이라고 꿀꺽 삼키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내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게 됩니다. 육체적으로는 체증이고 정신적으로는 신경증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즉 소화되지 않은 말씀들이 내 안에서 나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의 진정한 바람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한 채 또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서 살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옷을 입어도, 무엇을 살 때에도 내가 좋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손님을 접대할 때도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손님들이 하는 말에 일일이 민감하게 대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파김치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심리적 상태는 반대로 다른 경우에는 반전이 생겨서 다른 사람을 보고 잔소리하고 싶어하고 뒷전에서 흉을 보거나 혹은 나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는 병적인 행위를 유발합니다. 남이 무슨 옷을 입든, 무엇을 먹든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인데 우리는 남의 인생살이에 심하게 관여하고 간섭하면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뒷전에서 흉을 보거나 혹은 욕질까지 합니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못된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내사 때문입니다.

 공자님은 공동체가 함께 살기 위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사가 생겨서 공자님 말씀을 더 엄격하게 스스로에게 적용하는 바람에 바람직하지 않은 기형적인 심리적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내사가 갖는 더 큰 문제는 자칫 이념의 광신도 혹은 종교적 광신도를 양산할 위험이 크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없이 권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의견을 무조건 따라가는 추종자들이 되는 현상이 지금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다면 내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자기 나름으로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 됩니다. 이렇게 자기 신념과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지성인이라고 부르지만, 선동적인 말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은 서생원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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