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8주일(마태 14,13-21)
| ▲ 조재형 신부(서울대교구 성소국장) |
오늘은 8월 첫째 주일이고, 연중 제18주일입니다. 본당신부로 있을 때, 매주 교중 미사 후에 신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었습니다. 주로 국수를 하였지만, 카레, 짜장밥, 비빔밥, 콩나물 밥, 콩국수, 삼계탕까지 메뉴도 다양했습니다. 점심 준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구역장과 구역 식구들이 수고를 해야 합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힘들지만, 먹고 난 음식과 그릇을 치우는 것도 힘든 일입니다. 제가 점심을 함께하고자 한 것은 본당 공동체가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먹을거리를 나누는 것이 친교를 위해서 신앙 공동체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지치고 힘든 자들은 다 주님께로 와서 쉬고 마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주님을 믿으면 돈이 없어도 마실 수 있고 먹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치고 힘들 때 주님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합니다. 먼저 주님을 찾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 믿음에는 다섯 가지의 과정이 있습니다.
첫째는 거절입니다. 모세는 이집트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거절합니다. 이제 모세의 앞에는 험난하고 힘든 여정이 시작되지만,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현실의 삶에서는 얻을 수 없는 영광을 주십니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끄는 지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바라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지, 바라지 않는 것을 얻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믿음은 이렇게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을 바라는 것입니다.
셋째는 참는 것입니다. 믿음은 참는 것입니다. 이 참는 것은 어느 정도가 아니라, 죽기까지 참는 것입니다. 신앙의 선조들도 처음에는 자신들의 화를 참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하느님을 알면서 참기 시작합니다. 가장 잘 참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넷째는 정하는 것입니다. 신앙은 이제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을 하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로부터 십계명을 받았으며,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을 따라 살 것을 정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집트의 종처럼 살지 않고, 하느님께서 가르쳐주신 계명을 따르기로 정하였습니다. 이것이 신앙생활입니다. 남을 도와주기로 정하는 것, 새벽 미사에 가기로 정하는 것, 감사헌금을 하기로 정하는 것, 부부싸움을 하지 않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다섯째는 건너기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홍해 바다를 건넜습니다. 믿음은 이제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쁨과 희망, 사랑이 있는 주님의 세상을 향해 나가는 것입니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그래서 죽은 믿음이라고 합니다. 오늘 나의 잘못된 습관과 허영, 욕심과 탐욕의 바다를 건너야 합니다. 그래서 자비와 친절, 온유와 겸손의 세상으로 나가야 하며, 이것이 믿음입니다.
이와 같은 믿음이 있으면, 오늘 복음에서 본 것처럼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으로부터 축복을 받고, 치유를 받게 됩니다. ‘빵의 기적’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여주신 주님의 사랑입니다. “믿으면 보게 되고, 사랑하면 알게 된다”고 합니다. 믿으면 이제까지 보았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보게 됩니다. 사랑하면 이제까지 알았던 것과 다른 세상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떤 피조물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을 믿기 시작한 형제님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이 변했어!’ 그 형제님은 이제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거절했고, 하느님의 사랑을 바라보며, 예전처럼 작은 일에 화를 내기보다는 참았고, 주일에는 무엇보다 미사에 참례하기로 정했고, 감사하는 삶을 살기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재물과 명예, 욕심과 이기심의 바다를 건너 나눔과 봉사와 사랑과 평화의 세상으로 건너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실 때도,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울 때도, 나병환자를 치유하실 때에도 말씀하십니다. “너의 믿음이 너를 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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