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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 車 8차례 세워 신자들 손 잡고 아이들에 '祝福(축복)의 입맞춤'

namsarang 2014. 8. 16. 09:01

[교황과의 100시간]

 

이동 중 車 8차례 세워 신자들 손 잡고 아이들에 '祝福(축복)의 입맞춤'

  • 이성훈 기자
  • 김성모 기자

  • 이슬비 기자
  • 공동취재단   
  •  

    입력 : 2014.08.16 02:58

    [교황, 訪韓 이틀째 파격행보]

    대전, 구름 많고 바람 거세져 靑제공 헬기 대신 KTX로 이동
    미사 직전 세월호 유가족 만나… 교황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
    서울 돌아와 서강대 깜짝 방문… 예수회 신부들과 40분간 환담

    15일 오전 9시 42분 대전역. KTX 4019호가 정시에 도착했다. 18량의 객실 중 가운데 있는 4호 특실의 문이 열리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렸다. 승강장으로 몰려나온 승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외쳤다.

    교황은 경호원의 저지를 만류하며 몰려든 사람들의 손을 하나씩 어루만져 주었다. 어린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자신이 탄 쏘울을 향해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자 교황은 또다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었다.

    
	15일 오후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을 흔들며 환영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교황 왼쪽에 앉아 활짝 웃는 이는 유흥식 대전교구장.
    솔뫼성지 - 15일 오후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을 흔들며 환영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교황 왼쪽에 앉아 활짝 웃는 이는 유흥식 대전교구장. /사진공동취재단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訪韓) 이틀째인 이날 서울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열리는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헬기를 이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전에 구름이 많고 바람이 거세지자 KTX를 이용했다. 열차 이용은 날씨 등 돌발 변수에 대비한 '플랜 B'였던 셈이다. 하지만 열차는 청와대가 제공하는 의전용 헬기보다 "한국에서 많은 이웃을 만나겠다"던 교황에게 더 제격이었다.

    교황방한위원회(방한위) 대변인 허영엽 신부는 "교황의 열차 이용이 꼭 날씨 때문만은 아니다"며 "사람들과 아주 가깝게 눈을 맞춰 인사하고, 손을 잡으며 기도해 주는 것이 교황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이동 수단이 바뀌었지만 교황의 반응은 유머였다. 대전역에 마중 나온 최연혜 코레일 사장에게 교황이 건넨 인사는 "헬기 못 뜨게 구름 불러온 사장님이군요"였다. 교황은 "KTX가 조용하고 편안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날 교황이 이용한 KTX는 경호를 위해 교황 탑승 객차 앞뒤로 연결된 특실 3개를 비웠지만 나머지 일반실 14량에는 승객 500여명이 타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8시 46분 서울역에서 출발했다. 예상치 못한 교황의 등장에 일부 승객은 "교황과 같은 기차를 타다니 믿을 수 없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보통 KTX는 서울역에서 대전역까지 사이에 광명·천안아산·오송 중 1~2곳에 서지만 이날 교황이 탄 KTX는 아무 곳에도 정차하지 않고 대전역까지 56분 만에 주파했다.

    
	(왼쪽 사진)김대건 신부 生家터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聖)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에서 의자에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노란 리본 달고 -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슴에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교황은 이날 미사 직전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났고, 가족들이 리본을 교황에게 달아줬다.
    (왼쪽 사진)김대건 신부 生家터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聖)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에서 의자에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노란 리본 달고 -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슴에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다. 교황은 이날 미사 직전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을 만났고, 가족들이 리본을 교황에게 달아줬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서도 '교황의 파격'은 이어졌다. 경기장 밖에서 흰색 무개차(無蓋車)로 갈아탄 교황은 새벽부터 기다리던 시민들 가운데 아이가 보이면 차를 세우고 이마나 볼에 입을 맞췄다. 교황이 가장 환한 표정을 지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다. 이날도 자신이 탄 차가 한 아기를 그냥 지나치자 앞좌석 수행원에게 멈추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10m쯤 뒤에 있던 아기를 돌아보며 경호원에게 데려오라고 해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후로도 교황의 경호원들은 사람 속에서 아기를 데려다 교황에게 건네기를 반복하느라 땀을 흘려야 했다. 이날 교황의 무개차는 월드컵경기장 주변과 경기장 내에서 퍼레이드할 때 모두 8번이나 멈춰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사 직전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을 제의실(祭衣室)에서 만났다. 교황은 눈물을 흘리는 유가족의 손을 잡고 일일이 포옹하며 이마와 뺨에 입을 맞췄다. 유족과 만나고 나온 교황의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교황은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들을 만나고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예정에 없던 서강대를 깜짝 방문했다. 이날 오후 8시 예수회가 설립한 서강대를 찾은 교황은 예수회 한국관구 신부, 수사들과 4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어려운 시기에 사제이기에 앞서 사목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